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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수가 소송 판결 의미와 파장

현두륜 변호사
발행날짜: 2011-10-21 16:25:37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COLUMN#2012년도 건강보험 수가 협상에서 병원협회가 협상을 거부하고 강력한 대정부투쟁을 선언한 상황에서 영상수가 인하고시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10월 21일 선고되었다.

결과는 병원업계의 완전 승리였다. 병원협회로서는 천군만마와 같은 낭보가 아닐 수 없고, 반대로 보건복지부로서는 매우 치욕스런 일이다.

그동안 건강보험 수가 인하와 관련, 의료계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여러 차례 소송을 제기하였지만, 의료계가 승리한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2001년 차등수가제 실시, 처방료 삭제 등을 내용으로 한 보건복지부 고시(소위 말하는 '6.27 고시')에 대해서 의사협회 주도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대법원까지 치열하게 다투었지만, 결국 의료계의 패소로 끝났다.

동일한 고시에 대해서 헌법소원 심판까지 제기하였으나, 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에는 안과 백내장 포괄수가 인하 고시에 대해서 안과의사회 주도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심에서 패소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소송에 임하는 보건복지부의 자세는 매우 여유로웠다. 보건복지부는 한창 소송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가 인하와 관련한 근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중에 재판부가 '수가 인하처분의 정당성에 관해서는 피고(보건복지부)가 입증을 해야 하는데, 왜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느냐'는 핀잔을 듣고서야 관련 자료를 제출하였다.

그리고, 수가 인하 근거와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병원업계의 지적에 대해서도 법령이 정한 절차를 모두 거쳤고,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병원협회의 의견을 나름대로 반영해서 수가 인하가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해 왔다.

심지어는 이번 소송의 핵심으로 등장한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의 평가절차와 관련해서도, 보건복지부가 직권으로 인하 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그런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고, 이번 수가 인하에서도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순순히 자백하기까지 했다. 오히려 '뭐 그런 것까지 문제삼느냐'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행정법원은 보건복지부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바로 그 전문평가위원회 평가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가 인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보건복지부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번 판결은 1심에 불과하고, 앞으로 상급심에서 어떠한 판결이 선고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1심 판결만으로도 병원업계는 상당한 소득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소득은 보건복지부의 일방적인 보험수가 결정에 대해서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판결과 같이 선고된 집행정지결정으로 인하여 경제적인 이득도 얻게 되었다.

비록 항소심 판결 선고시까지 이기는 하지만, 선고일인 10일 21일부터 이번 수가 인하 고시의 효력이 정지되므로, 앞으로 항소심 판결 선고시까지는 인하 전의 수가대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판결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백내장 수가 소송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당장 본안 판결에 대한 항소와 함께 집행정지결정에 대해서도 즉시 항고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행정지결정에 대한 즉시 항고절차에서 어떤 판단이 나오느냐 여부도 향후 주목할 부분이다.

또한, 이번에 서울행정법원이 수가 인하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인하 결정 과정에서 행위전문평가위원회의 평가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지, 직권 조정을 할 사유가 없다는 점 때문은 아니다. 법원도 영상수가를 직권으로 조정할 사유가 있음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로서는 행위전문평가위원회 평가절차를 거쳐 새로운 인하 고시를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평가위원회가 보건복지부의 의도대로 신속하게 평가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누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이번 판결로 인하여 실무에서는 앞으로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병원에서는 이번에 문제된 영상장비(MRI, CT, PET)에 대한 비용청구를 어떻게 해야 하고, 앞으로의 판결 결과에 따라 비용을 되돌려주거나 추가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지 매우 우려하고 있다. 그 이외에 다른 추가적인 혼란과 환자들의 불이익 사태도 충분히 예상할 수도 있다.

이는 건강보험 뿐만 아니라 산재보험이나 자동차보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영상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병원들의 눈이 법원에 쏠리게 되었다.

이러한 실무의 혼란이나 불편은 결국 보건복지부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그 사유가 자신들이 만든 기준에서 정한 절차를 스스로 위반하였다는 점 때문이라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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