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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K원장 사건' 관행적 불법 실사에 제동

안창욱
발행날짜: 2011-11-18 06:30:47

분석 수기차트외 전산자료 요구 '위법' 판결 파장

|분석| 제2의 K원장 사건 파장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 현지조사 과정에서 '전산자료'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법원이 위법이라고 판결하고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불법적인 현지조사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부당한 현지조사 자료제출 요구를 방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반면 복지부로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부장판사 진창수)는 충남에서 의원을 운영중인 Y원장이 복지부를 상대로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 최근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Y원장은 지난해 7월 현지조사를 받으면서 복지부가 관계서류 제출을 요구하자 물리치료대장, 본인부담금 수납대장 등 '서면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Y원장은 심평원과 공단 조사자들이 서면자료 외에 전산기록장치에 저장 보관중인 전산자료까지 요구하자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응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업무정지처분을 받자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이와 관련 Y원장 소송 대리인인 현두륜(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 시행령에는 현지조사에서 전산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업무정지 1년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문제는 모법인 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 상 전산자료 제출 요구에 의료기관이 응해야 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관행적으로 부당하게 전산자료를 요구해 온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건강보험법 제84조 제2항, 의료급여법 제33조 제2항에 따르면 복지부장관은 의료기관에 대해 요양급여, 의료급여 '관계서류' 제출을 명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관계서류'의 범위에 전산자료까지 포함하느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여기에서 서류란 문자 또는 이에 갈음해 읽을 수 있는 부호를 사용해 서면 등에 작성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산기록장치로 저장 보존하고 있는 전산자료는 서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문리해석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의료법상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로 진료기록부 등을 작성 보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전자서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전산기록의 작성 보관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는 않다"고 환기시켰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복지부가 전산자료를 요구한 것은 위법이며, 업무정지 1년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수기차트 이외에 전자차트까지 요구하는 건 불법"

현 변호사는 "수기로 차트를 작성했다면 이들 관계서류 이외에 전자차트를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고 못 박았다.

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현지조사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따르면 현지조사를 나온 공무원이나 심평원, 공단 직원이 병원 컴퓨터를 통째로 가져가거나 전산자료 일체를 가져가는 것은 모두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관련법령에 규정된 서면자료 요구에만 응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어 현 변호사는 "현지조사를 받는 병의원 입장에서 보면 이번 판결이 불법 부당한 전산자료 제출 요구를 방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복지부나 공단, 심평원은 전산자료를 확보하지 않으면 부당청구 여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현지조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조사자들은 관행적으로 수기차트 외에 전자차트까지 다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차트를 확보해야 부당청구를 입증하기가 쉽기 때문인데 법원 판결에 따라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심평원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현지조사 자체가 어렵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번 Y원장 사건은 심평원 직원의 자의적인 현지조사 기간 연장을 거부하다 곤혹을 치른 바 있는 K원장 사건과 유사하다.

K원장은 2007년 심평원 실사팀이 서면수납대장 원본을 요구하자 복사본으로 가져가라며 거부한 바 있다.

그러자 심평원 직원은 실사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자료 미제출에 따른 업무정지 1년 처분을 하겠다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심평원 직원은 K원장이 복지부장관 직인이 찍힌 명령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실사 기간 연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버티자 자신의 명의로 된 실사기간 연장서와 자료제출명령서를 만들어 오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K원장은 불법적인 실사 기간 연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끝내 3년치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진료비 부당청구를 시인한다는 내용이 적힌 확인서 서명도 거부했다.

이로 인해 K원장은 부당청구에 따른 의사면허 정지 7개월, 실사자료 제출 거부 업무정지 1년 처분을 받았고, 형사고발까지 당했다.

하지만 K원장은 행정소송, 형사소송을 제기해 모두 승소한 상태다.

Y원장 역시 현지조사 자료제출을 거부하다 고발됐고, 현재 형사소송을 진행중이다.

현 변호사는 "Y원장이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만큼 형사소송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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