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재활전문병원으로 지정된 유성웰니스재활병원. 대전, 충청 지역에서 유일하다.
유성웰니스재활병원의 평균 재원일수는 126일. 4개월 남짓이다. 퇴원환자들을 3개월간 추적한 결과 가정에 복귀해 생활하는 비율이 54%에 달했다.
전체 226병상에 의사 7명, 간호사 50명, 97명의 재활치료사, 언어치료사와 재활사회복지사 모두 환자 상태에 따른 전문적인 재활치료에 매진한 결과다.
유성웰니스병원은 뇌졸중 등 중추신경계 환자들을 위한 전문 재활치료와 가정 복귀를 촉진하는 여러 프로그램 외에 재활치료사와 사회복지사들이 퇴원 후에도 꾸준히 사후관리를 해 주고 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김철준 원장은 이들 서비스만큼은 국내 요양병원 가운데 최고라고 자부한다.
유성웰니스재활병원의 또 다른 특징은 암재활을 특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는 항암, 수술, 방사선치료와 같은 급성기 치료는 매우 발전해 있지만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관리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암이 재발하면 예후가 불량하고 추가로 막대한 의료비를 지출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상황은 커다란 서비스 공백인 셈"이라고 환기시켰다.
이 때문에 김 원장은 암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유럽, 미국 등 유수 병원을 견학하고,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한 암재활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암환자들이 보다 편안하게 항암, 수술후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식사요법, 운동, 심리, 물리치료 등 다양한 통합의학적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암재활치료를 강화하기 위해 별관에 전문 병동을 개설하고, 지난해에는 고주파 온열 암 치료시스템인 '온코써미아 EHY-2000'을 독일에서 도입했다.
이 장비는 고주파 열을 이용해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억제하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와 병행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원장은 "암재활치료는 긍극적으로 생존율과 암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의학적으로 확인된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암재활 프로그램을 체계화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노인전문병원 개원했지만 난관 겹쳐 포기
김 원장은 병원 사업 초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았다.
공중보건의사를 마친 후 노인환자에 대한 체계화된 재활치료를 꿈꾸며 2003년 2월 부여군 임천면에 있던 대지 6000평의 초등학교 분교를 매입했다.
개원 직전 기록적인 폭설로 병원 시설물이 붕괴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이듬해 '가림노인전문병원'을 개원했다.
전국의 요양병원이 100개를 막 넘어서던 무렵. 요양병원이 이렇게 단시간에 1천개에 육박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개원 초기 여러 난관 속에서 지역 노인을 성심성의껏 진료한 덕택에 환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병상도 70여개에서 128개로 늘어 안정을 찾는 듯 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 요양병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간호사나 물리치료사 등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2008년부터 일당정액수가가 시행되면서 인력난이 한층 가중되는 상황이 초래됐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촌에서 도저히 의료인력을 구할 수 없었다.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자 저질 병원 취급을 받게 되고, 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병원 수익이 급감했다. 언론이나 정부당국은 입만 열면 저질 요양병원 퇴출을 외쳤다.
목가적인 전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채마밭을 가꾸며 포괄적인 재활치료를 구상했던 젊은 원장의 꿈은 산산이 깨졌다.
연중 캠페인 취재에 동행한 병원 교육 전문 '이노솔루션' 문현근(좌) 대표가 김철준(우) 원장과 인터뷰하는 모습
농촌에서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하기에는 상황이 역부족이라 판단한 김 원장은 2007년 8월 대전시 유성온천지구 현재의 유성웰니스재활병원을 개원했다.
요양원으로 전환했던 부여 가림노인병원은 작년 말 결국 매각하고 말았다.
시골 흙먼지 속에서 개원 초기부터 함께 고생했던 직원들을 생각하면 가슴 한 켠에 늘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유성웰니스재활병원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자 김 원장은 이제 아시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 만성기의료학회 때 여러 나라의 재활치료 현황을 확인한 결과 우리나라 재활의료가 아시아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김 원장은 장기적인 계획 아래 올해부터 동남아시아의 재활치료사를 초청해 연수교육을 시작하는 것을 필두로 해외지역 교두보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김 원장은 "아시아 태평양 환자들이 한국에 와서 치료받을 수 있는 세계적인 재활의료센터를 설립하고, 독보적인 중추신경계 질환과 암재활 분야의 진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꿈"이라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획일적인 요양병원은 정부, 환자, 병원 모두 대재앙”
작년 일부 요양병원이 전문병원으로 지정 받았다. 요양병원에서도 전문성을 인정받자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요양병원에서의 재활치료를 보장하는 법적 제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재활전문병원을 두고 건강보험법상 '미아 상태'라는 하소연이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병원 형태의 재활병원의 경우 3개월 이상 입원을 지속할 수 없어 환자들은 3개월마다 병원을 유랑하는 소위 '회전문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재활병원도 안정적으로 재활치료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요양병원의 전문재활치료는 현재 행위별수가가 적용되고 있지만 복지부가 앞으로 일당정액수가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요양병원의 중요한 치료수단인 재활치료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을 가정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 중요한 방법 중에 하나가 재활치료다.
그런데 재활치료에 대한 수가를 인정하지 않으면 재활이 위축되고, 이는 장기 입원환자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철준 원장은 "이렇게 되면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지속적으로 가중되고, 환자 역시 사망할 때까지 병상을 벗어날 수 없는 대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환자의 상황에 맞게 요양병원의 기능을 분화해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가정복귀가 가능하고 정부, 환자, 의료기관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전국의 1천개 요양병원 모두 천편일률적인 단순수용과 요양서비스만 하라고 한다면 질적 경쟁을 기대할 수 없고, 의료서비스 향상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게 자명하다"고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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