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의료계 내부에서는 ‘김용익’이라는 이름 앞에 '좌파' '반 의료계'라는 불편한 수식어가 붙었다. 2000년 의약분업 정책 시행에 깊숙이 관여한 김용익 교수는 지금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로 우리 앞에 서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쳐 민주통합당에 이르기까지 진보 진영의 '김용익 담론'으로 일컬어지는 그가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메디칼타임즈> 독자들에게 전했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13일 오후 햇살 가득한 봄날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그의 연구실에서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편집자 주-
기자:다음달 말이면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간다. 의료계에서는 김 교수가 보건복지위원회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용익:보건복지위원회로 갈지 잘 모르겠다. 환경노동위원회, 교육위원회로 갈 수도 있다. 나를 단순한 의사로 보는 것은 착각이다. 국민과 민주당을 위해 어느 위원회가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서 가는 것이다. 1지망과 2지망을 써 냈고 당에서 결정한다.
1지망이 보건복지위원회가 될지 나중에 결과를 봐야 할 것 같다. 보편적 복지를 하라고 국회로 간 것이지, 의료를 하라고 간 것은 아니다.
기자:그럼, 보건복지위원회로 간다면 목표는 보편적 복지의 현실화인가.
김용익:그렇다. 국회 가서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감시하는 기능이다. 대선에서도 역할을 하고.
기자:대통령 선거 말씀하셨는데. 무상의료 공약이 그대로 가는 건가.
김용익:당연히 수정한다. (공약 내용 중) 무엇이 수정될지는 모른다.
기자: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김 교수가 보건복지부장관이 될 것이란 설이 회자되고 있다.
김용익:그런 식의 소문이 실제로 이뤄지는 걸 봤느냐. 그것은 단순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내가 노동부장관이나 교과부장관 아니면 청와대 정책실장이 될지 누가 알겠나. 아무 것도 안 할지도 모른다. 그 때 가봐야 안다.
기자:보건복지부 일각에서는 김 교수께서 장관이 된다면 걱정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김용익:복지부가 왜 걱정하나, (잠시 생각한 후) 간다면 (정책과 제도) 개혁은 해야 한다.
기자: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인데, 김 교수의 꿈은 무엇인가.
김용익;과거 청와대 수석 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개인적 출세라고 생각한 적 없다. 국회의원에 하나도 관심 없다. 내게 욕심이 있다면 국민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정책을 하나라도 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지금이라도 그만 둘 수 있다. 전혀 아깝지 않다.
기자:국민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의무감인가.
김용익:(웃으면서) 내가 의무감은 무지 강하다. 의무감 때문에 사서 고생하는 것이다. 내가 뭐 하러 의사들에게 욕을 먹으면서 정책을 했겠나.
기자:왜 욕을 먹고 있다고 생각하나.
김용익:(잠시 생각한 후)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의약분업 말고 내가 하는 일을 아는 의사들이 몇이나 되겠나.
기자:그럼, 의약분업이 잘못된 제도인가.
김용익:의약분업은 의료정책 전체로 보면 극히 일부분이다. 큰 이슈가 아니다.
기자:의료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용익:뭐랄까. 인터넷에 나오는 글을 보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오해를 많이 한다. 그런 것을 풀면 좋겠는데. (잠시 여운을 둔 후) 한 두 명이 오해하는 게 아닌데 쉽게 풀리겠나.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내가 북한이나 쿠바 의료를 신봉하는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이들 나라 의료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한번도 말한 적이 없다. 어디서 그런 말을 듣고 인터넷에 올리는지 잘 모르겠다.(웃음)
기자:영국 사회주의 의료에 치중했다는 지적은.
김용익:사실이 아니다. 영국에서 3년 공부했다. 영국에서 공부했다고 영국 제도만 아나. 영국을 신봉하나. 그건 아니다. 공부하는 사람이 어떻게 한 나라 제도에 몰입할 수 있나. 두루두루 다 보는 것이다.
그것도 웃기는 얘기다. 다른 것은 다 제쳐놓고 영국 것만 공부 했겠나. 내가 주장하는 것 중 영국적인 건 별로 없다. 급여(보장성) 확대가 영국적인가. 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리아, 호주는 뭔가. 그게 어떻게 영국적인 것인가.
기자:그렇다면 김 교수의 보건복지론은 어느 나라를 근간으로 하고 있나.
김용익:(잠시 여운을 둔 후) 한국 국민과 의료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인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내가 아는 여러 나라 제도를 융통성 있게 적용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김용익 철학을 두고 영국식이라거나 사회주의라고 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기자:젊은 의사들도 반 김용익 정서가 많다.
김용익:나를 모르니까. 선배 의사로부터 들으니까. (아쉬운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기자:의사들의 오해가 풀리기만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김용익:(의사들이) 마음을 닫고 보면, 아무 것도 안 보인다. 나는 마음을 닫은 적이 없다.
기자:국회에서 의료계와의 관계를 어떻게 할 계획인가.
김용익:(의료계에서) 대화하자고 제안했을 때 내가 언제 피한 적이 있나. 합리적인 것은 들어준다. 국회와 정부는 국민과 상호 작용해야 한다. 의사도 국민의 한 사람이다.
기자:의료단체에서 의사의 권익을 위해 도움을 청한다면.
김용익:의사와 국민의 이익이 불일치하면 안된다. (잠시 생각한 후) 의사로서 얘기하면, 내가 가장 철저하게 의사적인 측면이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국민의 이익과 일치해야 장기적으로 의사들이 산다는 게 내 신념이다. 그 점에서 (내가) 가장 의사적인 의사일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지 모르겠지만(웃음)
기자:좀 더 알기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김용익:내가 서울의대 강의에서 늘 하는 말이 있다. 그냥 평범한 의사로 살아도 좋은 의사가 되는 게 가장 좋은 의료제도라고 가르치고 있다.
(여운을 둔 후) 내가 생각하는 의사가 한국의 현실적인 의사가 아닐 수 있다. 학자는 현실적인 것도 이해하지만 이론적인 것과 이상적인 것이 있어야 한다.
기자:현실에 없는 이상을 추구한다는 의미인가.
김용익:더러, 나를 이상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맞다. 학자가 당연히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겠나. 그렇지 않으면 학자가 아니다. 현실적 문제는 가능한 한 최대한 배척하는 것이다. 이상의 방향으로.
기자:생각하는 이상이 현실에서 얼마나 반영됐나.
김용익: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재로선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기자:이제 학자가 아닌 정치인이 되는데, 어떤 각오인가.
김용익:세속적 정치를 하려고 (국회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 정치가 추구하는 이상을 하라면 그 방향으로 가겠지만 이해관계에 얽매인 정치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기자:민주통합당에서 김 교수의 생각에 반하는 정치를 요구한다면 사임하겠다는 뜻인가.
김용익:(웃으면서) 국회의원인데 쫓아낼 순 없지 않겠나.
기자:지금까지 말씀을 들어오면, 김 교수의 가치관은 과거와 동일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같이 일한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은 총선 전 방송 토론회에서 과거의 생각이 일부 바뀐 부분도 있다고 하던데.
김용익:내가 변절해야 속이 시원하겠나.(웃음) 정책적인 부분은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 유시민도 정책을 수정한 것이지, 신념을 수정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
기자: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박인숙 교수를 포함해 의사 6명이 당선됐다. 이중 자유선진당 문정림 당선자와 의협 신임 집행부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는데.
김용익:노 코멘트.
기자:국회 진출에 대해 집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용익:당연히 안 좋아했다. 청와대 수석과 국회의원으로 정치하는 것은 다르다. 나도 하고 싶어 한 것은 아니다.
기자:마지막 질문이다. 하루에 몇 번 웃나. 동료 교수들과 대화는 하나.
김용익:(가장 많이 웃으면서) 주위 교수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한다. (시계를 보면서) 약속 시간이 다 된 것 같다.
기자:예상치 못했는데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다.
김용익:(웃으면서) 메디칼타임즈 잘 안다. 수고하셨다.
[에필로그]
김용익 교수와의 인터뷰는 총선 다음날 만나고 싶다는 그의 문자 메시지로 이뤄졌다. 김 교수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충실히 전달하기 위해 대화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가감 없이 구성했다.
이번 인터뷰가 학자로서, 의사로서, 국회의원 당선자로서 김용익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인터뷰 중간 중간 사진 촬영을 위해 흡연 시간을 조절(?)하면서 질문에 답해준 김용익 교수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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