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수가안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복지부와 의협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최근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보건복지부를 '보복부'라고 불러달라고 호소했다.
여기에다 의협은 병협도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노 회장은 "병협이 총액계약제의 교두보인 포괄수가제를 전면 찬성한 것은 본질적으로 의사단체가 아니라 경영자단체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회장은 "병협의 정체성을 정리하고 건정심을 탈퇴하는 일은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하고 진작에 했어야 했던 일"이라면서 "대책이 필요한 결정이 아니라, 오히려 그대로 두는 것이 문제의 근원을 방치하는 일"이라고 환기시켰다.
노환규 회장이 이처럼 강한 어조로 복지부와 병협을 압박하고 나서자 의료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복지부와 병협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구도가 장기화될 경우 의료계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현재 의료계가 안고 있는 현안은 포괄수가제만이 아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개원의들의 경영난, 리베이트 쌍벌제, 만성질환관리제 시행 등등 의협이 사활을 걸어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현안들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와 극단적인 대결구도를 형성하면 할수록 이들 현안을 풀기가 더욱 어렵다. 여기에다 의협은 병협과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정책적인 공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어찌보면 의협은 복지부, 병협뿐만 아니라 보건의료단체로부터 고립된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의료계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도움이 절실한데 구도가 이렇게 고착화되면 국회의원들도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건정심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면 타당한 점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모든 것을 걸기에는 의료계 현안이 너무 많다는 것도 반드시 고려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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