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원군별 전공의 총정원제 시범사업이 대단원의 마침표를 찍었다.
전공의 정원 감축과 수련병원간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을 목표로 시작된 이번 사업은 무려 10년간 수정과 보완을 거치며 지속됐고 그만큼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성적표는 초라했다.
단일 병원군에서만 시범사업이 진행되면서 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냈고 전공의와 지도 교수들의 책임감 저하 문제는 결국 해결하지 못한 난제로 남았다.
이로 인해 보건복지부조차 시범사업의 성적표를 놓고 고민에 빠지면서 사실상 제도의 도입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전공의 총정원제가 가지는 장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우선 브랜드 파워가 크지 않은 단일 병원들은 전공의 모집이 보다 수월할 수 있다. 또한 병원 규모별로 다양한 술기 습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모자병원 제도의 단점도 보완된다.
이러한 장점을 가진 총정원제가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던 이유는 뒤틀린 전공의 수급제도의 영향이 크다.
일부 대형병원과 인기 과목 중심으로 인턴 지원이 몰리는 상황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한다는 총정원제는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을 진행한 가톨릭중앙의료원을 예를 들어보면 이해가 쉽다.
가톨릭중앙의료원에 지원하는 인턴들은 누구나 수련의 중추인 서울성모병원의 인기 전문과목의 수련을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총정원제의 시스템상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8개 수련병원을 돌며 수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또한 만약 자신이 원하는 전문과목 수련을 받지 못하면 2순위 전공에 발이 묶이는 상황이 인턴들에게 그리 유쾌할리 없다.
수련병원들도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 컨소시엄 형태로 수련시스템이 운영되다 보니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의료원과 서울성모병원 외의 병원들은 사실상 뒷짐을 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전공의 총정원제의 실패는 수련 제도 개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이 뒤틀린 수급체계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하다는 결론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 총정원제 시범사업이 진행된 10년은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다. 이제는 이러한 성적표를 통해 어떠한 대안을 내는가가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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