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은 복지부가 현지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전산자료 제출을 거부한 의원에 대해 업무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이라는 1심 판결을 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8부는 Y원장이 복지부를 상대로 청구한 업무정지처분 등 취소 소송을 최근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해 원고 승소 판결을 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의원을 운영중인 Y원장은 2010년 7월 현지조사를 받았다.
당시 현지조사를 나온 심평원과 공단 직원들은 전산기록까지 포함한 진료기록부와 본인부담금수납대장 등 관계서류를 요구했다.
그러자 Y원장은 물리치료대장,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을 제출했지만 전산기록장치에 의해 저장 보관중이던 진료기록 등의 전산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전산기록을 제출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2011년 3월 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 상 관계서류 제출명령을 위반했다며 요양기관 업무정지 1년,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1년 처분을 각각 내렸다.
Y원장은 "전산기록을 제출할 의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복지부의 조사명령서 및 제출요구서에 기재된 조사대상기간 외의 전산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은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상 관계서류란 문자 또는 이에 갈음해 읽을 수 있는 부호를 사용해 서면 등으로 작성한 것을 의미한다"고 못 박았다.
전산기록장치에 의해 저장 보관하고 있는 전산자료는 서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문리해석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또한 1심 재판부는 "의료법상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작성 보관하되, 예외적으로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로 작성 보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을 뿐 전자서명이 기재되지 않은 전산기록의 작성 보관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재판부는 복지부가 건강보험법 시행령, 의료급여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컴퓨터 등 전산기록장치에 의해 저장 보관하는 전산기록'을 관계서류 제출 근거로 삼고 있지만 이는 모법의 위임범위를 일탈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복지부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전산기록을 제출받아 확인하는 방법으로 부당청구 여부를 조사해 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관행만으로 전산기록 제출명령이 정당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고법은 "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에서 말하는 관계서류에는 전산기록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며 1심과 상반된 판결을 선고했다.
건강보험법 시행령과 의료급여법 시행규칙에서 전산기록을 관계서류에 포함한다고 규정한 것은 모법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는 것이다.
이어 서울고법은 "복지부가 의료기관으로부터 전산기록을 제출받아 보험급여 및 의료급여의 적정성 등을 평가하는 것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고 승인된 관행"이라고 환기시켰다.
이와 함께 서울고법은 "Y원장이 전산을 통해 보험급여를 청구한 점에 비춰 전산 진료기록 자료를 비교 분석해야 부당청구 여부를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전산자료는 쉽게 변작이 가능해 현지조사 당시 즉시 제출받지 않으면 실효성을 크게 저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급여 관련 전산기록 등을 사후에 조작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현지조사 당시 복지부의 제출명령에도 불구하고 따르지 않았다면 제출명령 위반행위가 바로 성립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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