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을 준비 중인 이영훈 공보의(가명·34)는 소집해제를 앞두고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개원을 하게되면 누구가 겪게되는 이른바 '이름 알리기' 전쟁에서 어떻게 해야 비용 대비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지 감이 서질 않기 때문이다.
버스, 지하철 광고나 전광판 광고, 지역 일간지 광고에만 매월 5백만원 이상 소요된다는 말을 얼핏 들었지만 과연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 늘 의문이었다.
게다가 요즘 뜨고 있다는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마케팅)' 역시 직원을 별도로 채용해야 하는지 감이 서지 않았다.
▲뜨고 있는 온라인 홍보 "돈 들일 필요 없어"
"전 오프라인 광고를 일절하지 않습니다."
개원 8년차 조병구 원장(에비뉴 산부인과)은 개원을 준비 중인 후배들를 위해 뼈있는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조 원장은 이미 2006년부터 온라인 상에서 활발한 블로그, 까페 활동으로 이름이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인사. 흔한 오프라인 광고 없이도 환자들은 끊임없이 '알아서' 그를 찾아오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개원 초기에는 오프라인 광고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위치를 알리는 정도로 6개월 정도 짧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 광고는 제약이 많기 때문이죠."
조병구 원장
오프라인 광고가 불특정 다수를 노린다는 점에서 아무리 비용을 많이 들인다고 해도 환자가 기억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게다가 버스 광고나 전광판 광고는 특정 공간을 환자가 보지 않으면 광고 효과는 무용지물이 된다.
조 원장은 "환자가 병의원을 찾는 프로세스가 과거와는 확연히 바뀌었다"면서 "지금은 바로 코 앞의 병의원도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평판을 조사한 후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전했다.
환자의 유입 프로세스가 바뀐 이상, 기존의 병의원 이름을 새긴 우산이나 전단지 배포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추천하는 방법은 바로 까페와 블로그 활동. 성실함이 뒷받침된다면 누구나 '공짜'에 가까운 비용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상담 글이 많고 답변도 성실히 달려있으면 까페를 처음 들어온 환자는 병의원에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다"면서 "이런 과정을 성실히 수행하면 1~2년 후부터는 충성도 높은 환자들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굳이 5천만원 이상 드는 화려한 홈페이지 제작에 목을 매는 것보다는 성실한 게시글 작성 하나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
실제로 에비뉴 산부인과는 400만원만 들여 텍스트 중심으로 홈페이지를 설계했지만 방문자 유입이나 게시글 올라오는 빈도 수는 다른 병의원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다.
그는 "2006년부터 블로그와 까페를 운영해오면서 최소 하루 한 시간 이상은 상담이나 환자들에게 필요한 게시글 작성에 공을 들인다"면서 "생각 외로 환자들의 질문은 정형화 돼 있기 때문에 상담 글에 답변을 다는 시간은 그리 많이 걸리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성실함이 최고의 컨텐츠 "영혼을 울려라"
홍보를 위해서는 홍보 자체의 목적보다는 블로그 운영의 재미와 성실함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여러 선배들의 조언이다.
김재연 원장
환자가 볼 만한 건강 정보 컨텐츠 제작을 위해 일부러 외국 논문을 번역하는 열과 성이 없으면 환자들도 감동하지 않는 것이 요즘의 현실.
실제로 조병구 원장은 하나의 컨텐츠 제작을 위해 한달을 할애하는 경우도 있다.
10년 넘게 성의학 칼럼부터 비만 정보, 피부 건강 정보, 정책자료, 판례까지 블로그를 통해 '1인 미디어'를 구축한 김재연 원장(에덴산부인과)도 성실함으로 하루 방문자 수만 1천명을 기록한 경우다.
김 원장은 후배의 도움 요청에 "홈페이지 제작이나 바이럴 마케팅 직원 채용에 돈 쓸 필요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입소문 마케팅을 위해 홍보 직원을 채용했다가 오히려 기계적이거나 수준 낮은 답변을 올려 병의원의 인지도만 떨어뜨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것.
그는 "홍보를 위해서라면 자기가 모든 컨텐츠를 관리하겠다는 성실함으로 무장하고 환자들에게 어떤 정보를 줄지 명확한 개념 설정을 해야 한다"면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재했던 성의학 칼럼을 묶어 책으로도 출간했던 김 원장은 "성의학 칼럼은 의학적 지식을 재미있게 전달하기 때문에 특히 환자들에게 호응이 좋았다"면서 "환자들 중에는 칼럼을 보고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할인 이벤트 정보를 올리는 것보다 정말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모아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면 환자는 계속 블로그를 찾아오게 돼 있다"면서 "온라인의 팬이 만들어 지는 순간 오프라인에서의 라포르 형성도 자연스런 수순이 된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마지막으로 "무성의한 글은 환자들은 가장 잘 눈치챈다"면서 "열과 성을 통해 환자의 영혼을 움직이겠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좋은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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