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진료비 60%가 한방…"과잉진료 전면 점검해야"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외탕전실 운영과 한약 조제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가 수백억원대 보험사기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한방병원 사건과 관련해 원외탕전실 운영과 한약 조제 관리 체계에서도 부실 의혹을 제기, 전반적인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한특위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특정 한방병원의 일탈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한약 조제와 원외탕전실 운영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 사례"라며 "정부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최근 경찰은 교통사고 환자에게 환자별 맞춤 처방이 아닌 미리 제조된 한약을 반복 처방하고 이를 근거로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청구한 혐의를 받는 한방병원에 대해 처방기록과 조제기록, 원외탕전실 운영자료, 보험금 청구자료 등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한특위는 원외탕전실이 제도 취지와 달리 사실상 한약 대량 생산시설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원외탕전실은 환자별 처방에 따라 한약을 조제하는 시설이지만, 공동이용이 허용되면서 일부 대형 원외탕전실이 수백 개 한의원과 거래하며 동일 처방을 미리 제조·보관한 뒤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는 설명이다.한특위 박상호 위원장은 "환자를 진료하기도 전에 동일한 처방을 미리 만들어 보관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환자 맞춤형 조제라는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조제와 제조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무자격자 조제와 안전관리 부실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일부 대형 원외탕전실이 수백 개 의료기관의 처방을 담당하면서도 한약사는 극소수에 불과해 실제 조제가 비전문 인력에 의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지속되고 있다.좌훈정 의협 부회장은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전국 127개 원외탕전실 가운데 인증을 받은 곳은 21곳(16.5%)에 불과하다"며 "한방의료기관과 원외탕전실 소재지가 일치하지 않는 비율도 전국 평균 38%, 서울은 60%에 달한다"고 밝혔다.그는 "2017년 한약 소비실태조사에서는 무자격자에 의한 한약 조제 비율이 한의원 47.9%, 한방병원 33.7%로 조사됐다"며 "2020년 이후 정부 실태조사에서는 한약 조제 전담인력 항목이 삭제돼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한약의 품질관리 체계도 문제로 꼽았다.좌훈정 의협 부회장은 전국 127개 원외탕전실 가운데 인증을 받은 곳이 16.5%에 불과하다며 무자격자에 의한 광범위한 한약 조제 가능성을 제기했다.한특위는 "의약품은 허가와 임상시험,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지만 원외탕전실에서 제조되는 조제한약과 약침액은 성분과 함량, 제조이력 등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관리·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국민은 자신에게 투여되는 한약이 어떤 원료와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자동차보험 한방진료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5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총 진료비는 2조 8114억원으로 전년 대비 3.07% 증가했다.이 가운데 한방 진료비는 1조 6972억원으로 전년보다 5.08% 늘어나 전체 진료비의 약 60%를 차지했다. 의과 진료비보다 약 5900억원 많은 규모다. 환자 수도 한의원 약 83만명, 한방병원 약 82만명으로 의원(71만명)을 웃돌았다.특히 한방 입원 진료비는 5974억원으로 한방 진료비의 35.2%를 차지했지만, 입원 명세서 건수는 전체의 4.4%인 57만 4000건에 불과해 소수 입원환자에게 진료비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한특위는 "일부 상병에서는 건당 진료비가 의과보다 최대 2.8배 높고, 자동차보험 한방 환자 수와 진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은 단순한 수요 증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반복적인 첩약 처방과 장기 입원, 불필요한 입원 유도 등을 통해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과도하게 청구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고 주장했다.이에 정부를 향해 원외탕전실 공동이용 제도와 사전조제, 무자격자 조제, 인증제 실효성, 한약 품질관리 체계, 자동차보험 한방진료 적정성 등을 전면 재검토하고 원외탕전실 운영기준 강화와 사전조제 및 대량생산을 차단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한특위는 "수사기관은 사전조제 여부와 동일 처방 반복 사용, 무자격자 조제 관여, 자동차보험 청구 적정성, 원외탕전실의 대량 제조·유통 여부 등을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