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돈 버는데 왜 유상증자를? 엘앤씨바이오 주주배정 셈법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엘앤씨바이오가 1400억원대 유상증자를 결정한 지 일주일만에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리투오(Re2O)를 중심으로 ECM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영업이익도 급증한 만큼 대규모 증자가 정말 필요한 것이냐는 의문과, 지금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회사 측 논리가 동시에 제기된다.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3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별도 기준으로는 매출 238억원, 영업이익 65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546.8%에 달했다. 상반기 실적까지 보면 연결 매출은 691억원, 영업이익은 146억원으로 이미 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42억원을 크게 넘어섰다.문제는 이렇게 돈을 잘 버는 까닭에 '왜 1400억원이나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느냐'는 의문이 나온다는 것.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만큼 회사가 직접 차입하거나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공장 증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는 없었느냐는 것이다.■재무제표로 살펴본 엘앤씨바이오 체력은기업이 대규모 시설투자에 나설 때 선택할 수 있는 자금조달 수단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만이 아니다. 크게 보면 회사가 직접 상환 책임을 부담하는 '부채성 조달'과 외부 투자자에게 지분을 넘기는 '제3자배정 방식', 그리고 회사가 벌어들인 돈을 다시 투자하는 '내부자금'으로 나눌 수 있다.먼저 은행 대출의 경우 회사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공장을 짓고 향후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기 때문에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희석되지 않는다. 주주 입장에서는 가장 깔끔한 방법처럼 보인다.그러나 회사 입장에서는 다르다. 1000억원을 빌리면 공장이 아직 매출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건설기간부터 이자를 부담해야 하고, 향후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더라도 원금 상환 의무는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대규모 차입이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잠식할 수 있다.엘앤씨바이오는 현금이 부족한 회사는 아니지만,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자체 현금만으로 집행할 만큼 현금창출력이 충분치도 않다. 2026년 3월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38억원이었다. 여기에 유동 금융자산 48억원가량과 비유동 금융자산 등을 더하면 동원 가능한 금융자산은 늘어나지만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투자 자산이거나 전략적 자산으로 묶인다.회사가 증자를 통해 조달하려는 금액은 예정발행가 기준 약 1406억원으로 현금성자산만 놓고 보면 증자 규모가 보유 현금의 3.2배, 1분기 영업현금흐름의 약 12.9배에 달한다.더 중요한 것은 현금흐름. 엘앤씨바이오는 올해 1분기 영업활동에서 81.6억원의 현금을 창출했다. 지난해 1분기 13.3억원보다 크게 개선됐지만, 현재 속도를 단순 연환산해도 약 326억원에 그친다. 이번 유상증자의 시설자금으로 책정된 1050억원을 자체 현금으로 창출하기엔 역부족이란 판단이 가능하다.회사채 발행도 사정이 비슷하다. 은행 대출 대신 자본시장에서 기관투자자 등으로부터 직접 자금을 조달, 신용도가 높고 현금창출력이 안정적인 기업이라면 대규모 시설투자 자금을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장기간 확보할 수 있다.다만 엘앤씨바이오처럼 아직 영업현금흐름 규모가 1000억원대 투자액에 비해 작은 기업에서는 차입으로 전액을 조달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올해 1분기 연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약 82억원으로, 1050억원의 시설자금을 전부 차입으로 조달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연간 영업현금흐름의 3배가 넘는 부채를 새로 떠안게 된다.자산과 부채의 구조에서도 1000억원대 투자를 자체 자금으로 밀어붙이기에는 여력이 충분치 않다. 1분기 말 연결 기준 유동자산은 약 1550억원, 유동부채는 약 2438억원으로 유동비율은 63.6%에 불과했다. 일반적인 기준만 적용하면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에 비해 단기자산이 부족한 구조다.■전환사채에 한번 데인 경험…유상증자 카드로유상증자 외에 CB나 BW와 같은 당장 회사의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카드도 있지만 문제는 엘앤씨바이오에는 전환사채 관련 이미 뼈아픈 경험이 있다는 것.2026년 3월 말 6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가 남아 있었고 전환가능 주식수는 약 283만주였다. 이후 4월 450억원이 전환되면서 잔액은 150억원으로 줄었고, 회사는 이 150억원을 최종적으로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이번 증자에서 150억원을 채무상환에 배정한 것은 단순한 운영자금 확보가 아니라, 과거 발행한 전환사채를 정리해 향후 주식 전환에 따른 지분 희석과 오버행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이 크다.실제로 엘앤씨바이오의 2025년 연결 영업이익은 2025년 연결 영업이익은 42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은 무려 1382억원에 달했다. 핵심 원인은 CB에 내재된 전환권의 가치 변동으로 발생한 파생상품 평가손실이다.주가가 오르면 전환사채 투자자가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 즉 전환권의 가치도 함께 높아진다. 엘앤씨바이오의 경우 이 전환권을 회계상 파생상품으로 분류해 매 결산기마다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주가 상승으로 전환권 가치가 커지면 회사 장부에는 그만큼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실제로 현금이 빠져나간 것은 아니지만 회계상 비용으로 반영되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 사이에 1400억원에 가까운 괴리가 발생했다. 결국 본업에서는 4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CB의 회계적 평가로 순손실이 1382억원까지 불어났고, 이 같은 대규모 순손실이 주가에도 충격으로 작용했다.본 실적과 무관하게 금융상품의 공정가치 변동이 회계상 대규모 손실로 반영되면서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전환사채 카드는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과거 발목을 잡았던 CB 문제가 이번 증자의 또 다른 배경이 된 셈.특정 기관이나 기업을 제3자배정 대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가능하지만, 1400억원을 한두 곳의 전략적 투자자로부터 받으려면 투자자에게 상당한 협상력을 넘겨줘야 할 가능성이 높다. 가격, 보호예수, 경영 참여, 우선권 등 다양한 조건이 붙을 수 있다.특히 최대주주 이환철 회장의 지분율이 약 25% 수준이고 소액주주가 전체 발행주식의 약 49.7%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3자에게 대규모 신주를 몰아주는 방식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 유상증자의 본질은 이익 회수 가능성결국 이번 유상증자를 평가하는 핵심은 '증자가 필요한가'가 아니라 '생산시설 투자가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감수할 만큼 높은 투자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최근 실적은 일단 긍정적인 근거를 제공한다. 상반기 연결 매출이 80%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도 27.6%까지 올라왔다. 단순히 매출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고수익성 ECM 제품의 판매 확대와 생산효율 개선으로 이익이 매출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공장 증설의 경제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반면 아직 확인해야 할 숫자도 있다. 현재의 리투오 성장률이 어느 수준까지 지속될 것인지, 동탄 공장의 예상 생산능력이 현재 생산량의 몇 배인지, 공장 완공 후 예상 가동률은 얼마인지, 추가 생산능력이 창출할 수 있는 매출과 영업이익은 얼마인지가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공급이 부족해 증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려면 실제 생산능력과 판매량의 관계가 숫자로 확인돼야 한다. 현재 공장의 가동률, 주문잔고, 제품별 생산능력, 국내외 수요 증가율, 신규 공장 완공 시점 등을 공개해야 주주가 1050억원이라는 시설투자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즉 엘앤씨바이오가 주주에게 추가 자금을 요구하려면 '회사가 성장하고 있으니 공장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넘어, 증자로 확보한 1050억원이 향후 얼마의 추가 매출과 영업이익, 현금흐름으로 돌아올 것인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주주 가치 희석이라는 비용보다 공장 증설로 돌아올 주당가치 증가가 더 크다는 것을 숫자로 증명해야 이번 증자가 진정한 성장 투자로 평가받을 수 있다. 과거 CB 파생상품 평가손실로 본업의 성과와 무관하게 대규모 순손실과 주가 충격을 경험했던 엘앤씨바이오로서는 더욱 그렇다.증자의 성패는 '1400억원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조달했느냐'가 아니라 '주주에게 받은 1400억원으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새롭게 만들어냈느냐'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엘앤씨바이오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생산능력이 매출과 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증가한 이익이 다시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 이는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을 서로 분리된 정책이 아닌 기업가치와 주당가치를 함께 높이는 하나의 장기 전략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이환철 엘앤씨바이오 회장은 "이번 주주배정을 통해 미래 성장을 위한 생산 기반과 사업 자원을 마련하는 만큼, 그 투자 성과 역시 주주들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며 "향후 이익 규모가 확대되면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 확대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회사의 성장이 주주의 실질적인 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