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한약조제약사와 한약사가 포함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자 이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첩약 시범사업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임시대의원총회 결과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임총의 무효를 선언한다"고 강경한 어조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
최근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회원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지난 14일 개최된 임총 결과에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이번 임총은 소집 요구부터 진행, 결의까지 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불법적인 과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임총 소집을 요구한 대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회비 체납으로 대의원 자격을 상실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의장단과 감사들의 자의적인 정관 해석으로 불법적인 임총이 강행됐다는 것이 김 회장의 판단.
특히 불과 120여 명의 대의원들이 30분 만에 첩약 시범사업 참여를 결정한 것은 의사 결정 구조의 정당성에도 상당한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일부 집단의 종파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회원들의 총의를 무시한 쿠데타에 준하는 폭거"라면서 "회원들을 대신해 이번 임총의 무효를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의원의 발언이 제한된 상태에서, 찬성 2명, 반대 의견 2명의 의견 청취만이 진행됐다"면서 "정확한 사실 확인과 향후 전망, 회원들에게 끼칠 영향과 파장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성급하게 표결이 진행됐다"고 꼬집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도 정관을 위배하면서까지 무기명투표를 진행한 것은 대의원들 스스로 회원들 앞에 당당하지 못한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
김 회장은 "지난 협회장 선거에서 첩약 의보 시범사업 반대 공약을 내세운 것은 본인이 유일했다"면서 "회원들의 의지는 저에 대한 절대적 지지로 나타났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회원들이 직선제로 뽑은 첫 회장으로서 약속드린 공약을 회원들을 위해 지키고 이루어 나가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면서 "불법 임총을 강행한 일부 의장단과 감사들, 대의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전했다.
그는 "반드시 회원들의 총의를 모아 그들이 책임져야할 부분을 책임지게 하겠다"면서 "잘못된 결정을 무효화하고 새로운 비전을 갖춘 조직을 만들어 총체적 의지를 모을 공식적인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의협 회장의 이런 공식적인 반대 성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조짐이다.
대의원들은 조만간 첩약 시범사업 TF 발대식을 갖고 사업 참여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어서 내부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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