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 발표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관련 연구결과가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연구소의 마보베 사파에이안 박사팀은 총 3회 접종하는 방식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서바릭스를 한 번만 접종해도 항체 형성률에 큰 차이가 없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서바릭스를 1회 접종한 여성 78명과 2번 접종한 여성 192명, 3명 접종한 여성 120명의 혈액을 채취해 4년 후 항체 형성률을 측정한 결과, 서바릭스를 한 번 접종한 여성과 2~3번 접종한 여성 사이의 항체 형성률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 연구결과에 대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단회 접종의 면역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결과로서는 임상실험에 참여한 대상자 수(120명)가 너무 적어 실험 결과를 일반화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특히 항체 형성 여부를 실제 예방 효과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조병구 이사는 '감염 후 즉시 증상이 나타나는 일반 감염질환과 달리, 감염 후 길게는 9~15년 후에 자궁경부암 질환을 일으키는 HPV(인유두종 바이러스)의 경우, 한번의 접종으로 4년 후에 높은 항체가를 보인다고 해서, 모든 접종자에서 항체가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NCI의 연구는 1회 접종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일 뿐, 1회 접종으로 암 예방효과가 충분함을 입증한 연구결과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조병구 이사는 “백신을 단 한번 접종만 받은 여성이 단순히 이런 내용만 믿고 추가 접종을 기피한다면, 자칫 한번 접종 받은 것조차 효과가 없어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따라서, 현재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1~2회 접종한 여성이라면, 충분한 항체 형성 및 장기간의 예방효과 지속을 위해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표준 접종 가이드에 따라 총 3회 접종을 마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정부의 경우, 자궁경부암의 퇴치를 위해 HPV백신 접종목표를 80%로 설정하고, 백신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보다 자궁경부암 유병률이 높은 우리나라 또한 자궁경부암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HPV백신 접종을 지금부터 적극 장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년 후부터는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급속히 증가할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실제 최근 질병관리본부의 중1~고3 연령대의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률은 지난해 4.3%에서 올해 5.3%로 급증하고 있고, 성 경험이 있는 10대들의 성관계 시작 나이 또한 2006년 13.9세, 2009년 13.8세, 2012년 13.6세로 점차 빨라지고 있다.
성생활 중에 있는 10~20대가 장기간 자궁경부암 정기검진을 받지 않을 경우, 20~30대 가임기 전후나 한참 일할 젊은 나이에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을 확률 또한 커지는 셈이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12년 자료에 따르면, 0~19세 여성의 자궁경부암 진료비 지출이 최근 5년간 224% 급증했다고 한다.
자궁경부암의 5년간 총 진료비가 34.4% 증가하고, 다른 연령층에서는 43~57.3% 증가한 것에 비해 매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여, 젊은 연령층의 자궁경부암 위험은 이미 가시화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과 관련된 근거 없는 우려 확산에 이어, 서바릭스 1회 접종 효과에 대한 잘못된 보도가 잇따르면서, 자칫하면 국민들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서 여성의 건강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백신 생산자인 GSK측의 책임있는 자세로 올바른 의학적 근거에 따른 보도의 정정과 함께, 온라인 상에 퍼져있는 백신에 대한 불신의 시정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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