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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심장수술 '논문조작' 오명이 남긴 것

발행날짜: 2013-12-04 06:31:14

공동저자 서명·감수 절차 구멍…"돈벌이 진료에 집중한 결과"

|분석| 서울대 심장수술 논문조작 파장

지난 3일 서울대병원이 심장수술 논문조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의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당초 서울대병원 이외 삼성서울, 세브란스, 세종병원 등 총 11명의 의료진이 논문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 등 타 병원 의료진이 "해당 논문의 공동저자로 포함된 사실조차 몰랐다"며 즉각 반박에 나서면서 모든 화살이 서울대병원으로 쏠렸다.

특히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연구기능 강화에 앞장 서야 할 서울대병원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허술한 논문 작성 절차가 논란 키웠다"

논란의 발단은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서울대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11명의 의사가 미국 흉부외과학회지에 발표한 '선천성 수정 대혈관 전위증에 대한 양심실 교정술'의 생존율 결과가 조작됐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논문조작 논란의 핵심은 논문 작성 및 게재 과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고, 추후 논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점이다.

일단 공동 저자로 이름을 게재하려면 논문에 대한 감수에 참여하고 이를 확인했다는 증거로 서명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 논문 책임 저자는 이 과정을 생략했다. 이것이 책임저자의 첫번째 실수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와 서울대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한 논문은 SCI급 미국학회지에 실렸고 공동 저자들은 뒤늦게 학회지를 보고서야 자신의 이름이 게재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즉각 서울대병원 책임 저자에게 거세게 항의하며 해당 학회지에 논문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여기서 이 논문의 책임 저자는 두번째 실수를 했다.

바로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교수들의 요청을 묵살한 것. 논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즉각적으로 해당 학회지에 잘못을 시인하고 논문을 파기했더라도 파장이 크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책임 저자는 공동 저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논문 조작사건을 방치했고, 결국 일만 더 키웠다.

사실 이번 논란은 논문 공동 저자 서명 및 감수라는 절차만 거쳤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다.

따지고 보면 논문의 데이터 조작 논란도 결국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하다보니 발생한 셈.

설령, 이번 논문에 데이터 조작이 있었더라도 공저자들이 감수만 제대로 했다면 수정하거나 파기했을 텐데 이 과정을 생략하면서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서울대병원 모 교수는 "책임 저자가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의료진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발생한 착오"라면서 "감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논문을 감수하고 공저로 서명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라면서 "이를 생략했다는 것은 기본도 갖추지 못한 논문이라는 의미"라고 환기시켰다.

"의학계 전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 자제해야"

또한 의학계는 이번 논란을 두고 병원계 혹은 의학계의 문제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어쨌든 국내 의료진의 논문은 이미 SCI급 해외학회지에 실린 상태이고, 해당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대외적인 이미지 실추 등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될 경우 국내 의료진의 우수한 논문도 저평가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 대학병원 의료진은 교수 개인의 잘못으로 봐야하는데 의학계 전체로 비춰질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자칫 국내 흉부외과 의사들의 논문 신뢰도가 추락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서울대병원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 더욱 실망스럽다"면서 씁쓸함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이 돈벌이 진료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신경써야 하는 연구 분야에는 소홀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의대 서정욱 도서관장은 "이번 사건을 의학계 전체의 문제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교수 개인의 실수로 해외에서도 이번 사례만으로 평가절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반복돼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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