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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빅데이터 앞서 공공의 적 이미지 바꿔라"

박양명
발행날짜: 2014-01-21 16:19:24

고려의대 조금준 교수 쓴소리 "연구하면 칼 돼서 돌아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갖고 있는 200억건의 빅데이터를 민간에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심평원은 '의료정보산업 지원센터'를 만들고 데이터 개방을 다방면의 목적에서 적극적으로 해 나가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 정책의 핵심기조인 '정부3.0'을 실현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다.

정부 3.0은 정부가 갖고 있는 빅데이터를 민간에 확대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의 성과를 얻기 위한 것이다.

심평원은 21일 본원 대강당에서 'HIRA 빅데이터 민간 활용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심평포럼을 열고, 빅데이터의 민간 확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심평원은 환자진료정보, 의약품 정보, 병원정보, 급여기준 정보, DUR 정보, 비급여진료비 정보 등의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의료정보산업 지원센터는 빅데이터 인프라를 제공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빅데이터 정보 포털화'를 추구한다.

"심평원=의사의 공공의 적 이미지 개선부터"

조금준 교수
주제발표에 나선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조금준 교수는 의료기관에서 심평원 데이터를 학술적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 교수는 심평원 의료정보 자료를 의료경영, 학술 및 진료, 맞춤형 진료정보, 의료산업 측면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다고 발표하며 특히 '학술 및 진료'에 포커스를 맞춰 발표했다.

그는 "논문 검색사이트인 펍메드에서 'HIRA Korea'를 검색하면 39편의 논문이 뜬다. 심평원 자료를 이용한 학문적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심평원 자료는 다양한 절차가 필요해 폐쇄적이고 복잡하다. 결국에는 안하고 말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금준 교수는 심평원 의료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질병의 발생률을 분석할 수 있고, 질병 발생 위험 인자를 분석할 수 있으며, 진료 및 치료의 경향도 분석할 수 있고 새로운 치료 가이드라인 근거로도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질병의 사회적, 경제적 의미를 분석한다든지, 다양한 질병의 코호트를 구축할 수 있고 다른 자료와 공동 주제 연구도 가능하다.

조 교수는 "타 기관의 단일 자료가 심평원 데이터와 합쳐지면 코호트화 된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평원 자료 활용을 위한 조건으로 이미지 개선을 먼저 꼽았다.

그는 "심평원은 심사 기관으로서의 역할 및 이미지 때문에 의사들에게는 공공의 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심평원 자료로 연구를 하면 다시 칼이 돼서 돌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지 쇄신을 위한 지속적인 홍보 등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이와함께 "진단 및 처치 코드의 정확성을 향상시키고 기본정보와 검사 결과를 풍부하게 해야 하며 심평원이 각종 정보에 대한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약계 "세밀한 의사 처방 정보 공개 원한다"

그렇다면 제약사들은 심평원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장우순 팀장
한국제약협회 장우순 공정약가정책팀장은 관계 중심 영업에서 마케팅차별화 경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일순위로 꼽았다.

그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성공 사례로 유유제약의 '베노플러스겔'을 소개했다. 베노플러스겔은 멍, 붓기, 벌레물린데 효능이 있다.

유유제약은 키워드 검색, 소비자 및 트렌드 분석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멍=베노플러스겔'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결과 2012년 매출이 전년도 보다 62%나 늘었다.

그러나 현재 제약사들의 '빅데이터'에 대한 적극적 활용은 미미한 상황이다.

제약협회가 국내외 제약사 41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 이상인 59%가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지만 56%가 빅데이터 연구분석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나 전담연구팀이 없었다.

제약사들은 심평원이 현재 제공하고 있는 '시군구 단위 자사 처방의약품 청구실적'을 통해 영업 마케팅 전략 수립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었다.

제약사들의 관심은 역시 '의사들의 처방 정보'에 있었다. 현재보다 보다 더 세밀한 데이터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

구체적으로 병원별 제약회사별 총처방금액 공개 확대, 종합병원 처방실적 세분화, 지역별 효능군별 처방금액, 지역별 총청구금액 구분 등이 있다.

장우순 팀장은 "제약업계는 심평원이 갖고 있는 빅데이터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활용가치는 더더욱 모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의료정보가 적극 공개되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기업문화가 구출될 것이고 신약개발을 위한 산학 컨소시엄 연구도 활성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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