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진료수가와 환자 감소 여파가 개원의의 발걸음을 비급여 진료를 교육하는 학술 현장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는 지난 13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제13차 춘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대개협 김일중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의료계 내부의 분열에 대해 우려했다.
김 회장은 "현재 의료계는 누란지세의 위태로움에 직면해 있다"며 "의사협회 내 조직간 불협화음을 비롯해 의원과 병원, 세대, 진료과, 직역, 지역 간 불협화음이 팽배해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업은 다른 어떤 직종보다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공익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세제 해택을 다시 부여해 무너져가는 동네의원을 반드시 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학술세미나에는 2500여명의 개원의들이 대거 참여했다.
세미나는 경영전략과 세무, 최신 지견, 의료법 등을 비롯해 레이저, 보톡스, 필러 등 주사요법, 성형 등 비급여 진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특히 대개협은 비급여 진료에 대한 개원가의 관심을 반영해, 이날 학술세미나의 총 40개 프로그램 중 절반이 넘는 21개 프로그램을 ▲레이저 ▲보톡스 ▲실 ▲주사요법 ▲지방성형 ▲종아리 성형술 ▲색소치료 등 비급여 진료와 관련된 교육으로 구성했다.
실제로 '병원 경영전략'이나 '의료법' 등의 프로그램은 여기저기 자리가 빈 한산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반면, 비급여 진료 프로그램에 참석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준비된 자리가 모자라 일부는 발표장 뒤에 서서 강의를 들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뿐만 아니라 학술세미나에 참가한 부스 중에서도 유독 피부 및 미용과 관련된 업체의 부스에 참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낮은 진료수가와 환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급여 진료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 학술세미나 참석자들의 고백이다.
소아청소년과의원 A개원의는 "내가 개원한 지역의 소청과는 부익부 빈인빈 현상이 심화돼 있어 잘 되는 곳은 바빠서 밥을 먹기조차 힘들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환자가 없어 밥을 먹고 살기 힘들 지경"이라며 "폐업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먹고 살려면 비급여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B개원의는 "동네의원 원장도 엄연한 사업자인데 정부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와 당연지정제라는 밧줄로 경영을 옥죄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이 먹고 살 길을 찾으려고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더 나이 먹기 전에 피부와 보톡스 등을 배우고 싶어 지방에서 올라왔다"고 털어놨다.
대개협 역시 비급여 진료에 대해 개원의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려워진 개원가의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일중 회장은 "비급여 진료와 관련된 프로그램에 개원의들이 많이 참석하고 있는 것 같다"며 "비급여 진료 프로그램에 발길이 몰리는 것은 개원가가 그만큼 어렵다는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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