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1#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소아폐렴구균 무료 예방접종과 관련해 미리 접종한 비용을 환불해달라는 보호자의 요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질병관리본부에도 이같은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는 소아폐렴구균 무료접종 시행을 위해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국가예방접종대상 감염병에 소아폐렴구균을 포함하는 '정기예방접종이 필요한 감염병 지정 등' 및 '예방접종의 실시기준 및 방법' 고시 일부개정(안)의 행정예고를 마쳤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소아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전면 무료로 실시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소아폐렴구균 예방백신의 접종가는 1회당 13만~15만원 선으로, 지금까지는 전액 소비자가 부담했으나 다음 달부터 무료로 접종을 받을 수 있다.
다음달 소아폐렴구균 무료접종 앞두고 접종자 '발길 뚝'
이런 이유로 이달 중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 스케쥴이 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접종을 다음 달로 미루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A 소아청소년과의원 K 원장은 "복지부의 행정예고 후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으려는 발길이 끊긴 상태"라며 "지난 열흘 동안 단 접종자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다른 소청과의원도 분위기는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K 원장은 "열흘 정도만 지나면 한번 접종에 10여만원에 달하는 예방접종이 무료로 시행되는데 굳이 이번 달에 맞으려 하진 않을 것"이라며 "예방접종 스케쥴에 민감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다음 달에 접종을 받으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지난달과 이달 초 복지부의 행정예고가 나오기 전에 접종을 받은 경우다.
개원가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무료접종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일부 보호자들이 의료기관을 상대로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 B 소아청소년과의원 P 원장은 "최근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은 아이의 엄마가 찾아와서 다음 달부터 무료냐고 물었다"며 "이후 환불을 요구하길래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돈 벌려고 무료접종 안내 안 했느냐는 말에 울컥"
의사가 돈을 벌기 위해 일부러 무료접종을 알리지 않은 것 아니냐고 따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
C 소아청소년과의원 Y 원장은 "이달 첫 주에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은 아이의 엄마가 며칠 전 찾아와서 진작 알았다면 다음 달에 맞췄을 텐데 왜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따진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Y원장은 "복지부 행정예고가 11일부터였다고 설명했지만 그전부터 내용은 알고 있지 않았냐며 막무가내였다"며 "마치 돈을 목적으로 일부러 설명하지 않은 듯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순간 울컥해서 지갑 속의 돈이라도 줘버리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일부 소청과 개원가에서는 다음 달 무료접종을 안내하고 접종 결정을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서울 D 소아청소년과의원 J 원장은 "보건소로부터 공문을 받은 뒤 엄마들에게 다음 달부터 무료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접종 스케쥴을 2~3주 미뤄도 큰 문제는 없지만, 장담할 순 없다고 해도 열에 아홉은 다음 달로 미루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분한 대국민 홍보 없이 성급하게 무료접종을 시행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도 높다.
J 원장은 "소아폐렴구균 무료접종 시행을 불과 12일 앞두고 관련 행정예고가 끝났다"며 "국민에게 제대로 홍보도 하지 않고 성급하게 시행을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자체는 예산이 없다고 하고 의사들은 도둑 취급받고 아이들은 본의 아니게 접종 스케쥴을 놓치고 있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예산을 확보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알린 후 사업을 하는 것이 맞다. 현재 상황은 정상의 비정상화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질병관리본부에도 환불 문의 이어져
심지어 질병관리본부에도 소아페렴구균 접종비 환불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예방접종과 관련한 문의가 많이 있다"며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비 환불과 관련한 문의도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케쥴에 정해진 접종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예방접종은 권장 시기에 맞았을 때 가장 효과가 좋다는 점을 권고하고 있다"며 "비용 때문에 5월까지 노출되면 방어기전이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스케쥴대로의 접종을 권장하지 않거나 비용을 이유로 접종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소아폐렴구균 무료접종 시행을 위한 준비기간에 여유가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다.
특히 사업시기와 관련해 많은 고민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 준비기간이 굉장히 타이트하게 진행된 부분이 있었다"며 "사업을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해 접종에 따른 혜택을 늘릴 것인지, 충분한 홍보를 위해 사업을 한 달 정도 늦출 것인지에 대한 고민 끝에 전자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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