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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2차 대정부 건의 "메디텔 기준 더 완화해야"

손의식
발행날짜: 2014-05-08 06:10:02

중소병원 해외환자 효과 미비…의료계 "의료전달체계 악영향"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의료관광호텔(메디텔) 설립 기준이 중소병원보다 대형병원에 유리하게 돼 있다며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텔업 내 세부업종으로 의료관광호텔업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지난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관광호텔은 우리나라를 방문한 환자 및 동반자가 불편함이 없도록 19㎡ 이상의 면적을 가진 20실 이상의 객실을 갖춰야 한다.

또한, 연간 연환자 1000명 이상(서울지역은 3000명 이상)을 유치한 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연간 실환자 500명 이상을 유치한 유치업자만이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개설을 신청한 곳은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무역협회가 중소병원도 외국인 환자 유치에 나설 수 있도록 현행 의료관광호텔 설립 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무역협회는 의료·컨설팅·유통 등 주요 서비스산업의 규제 완화를 위한 2차 대정부 건의안을 제출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무역협회는 건의안을 통해 "의료기관 및 유치업자에 대한 메디텔 설립 기준이 높아 제도 도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설립 기준이 애초 안보다 완화돼 개정됐으나 여전히 중소병원보다 대형병원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학교보건법에 의료관광호텔을 설치금지 부대시설로 적용한 점도 차별적 규제라고 강조했다.

무역협회는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에 따른 설치금지 부대시설을 적용해 미용·성형치료 환자와 동반 가족 등에게 편의를 제공하는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는 일반관광호텔업에 없는 차별적 규제"라고 지적했다.

무역협회는 의료관광호텔 설립 기준 완화와 학교보건법의 개정 등을 촉구했다.

협회는 "중소병원도 의료관광호텔을 설립해 외국인 환자유치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병원별 외국인 환자유치 규모 및 실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기준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학교보건법에 의한 설치금지 대상 부대시설 관련 조항을 폐지 또는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메디텔, 내국인 환자 유치 위한 도구될 수 있어"

반면, 의료계는 지역별·종별 의료접근성을 허물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병상총량제를 만들자는 논의 핵심은 대형병원 환자 쏠림을 막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최소한 접근성의 차이를 두자는 것"이라며 "의료관광호텔은 지역별 종별 병상에 차별점을 둔다는 기존의 의료정책에 반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관광호텔이 내국인 환자 유치로 사용될 경우 의료전달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실제로 관광진흥법 시행령은 의료관광호텔의 내국인 투숙을 허용하고 있다.

관광진흥법 시행령 13조에 따르면 의료관광호텔업에 한해 연간 내국인 투숙객 수가 객실의 연간 수용 가능 총인원의 40%를 초과해선 안 된다.

즉, 의료관광호텔은 수용 가능 인원의 40%까지 내국인의 투숙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내국인 투숙객 비율이나 법의 취지상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의 목적보다는 내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도구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이 경우 의료전달체계상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민단체 "메디텔 기준 완화 시 의료시장 교란"

시민단체도 의료관광호텔이 들어설 경우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지금도 지방 환자들이 서울로 많이 몰리는데 의료기관이 숙박업소까지 차리게 되면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더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관광호텔 설립 기준이 완화돼 중소병원들이 사업에 참여할 경우 의료시장이 교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정 위원장은 "의료관광호텔은 대형병원이나 중소병원에 상관없이 허용해선 안 된다"며 "특히 중소병원이 열악한 자본으로 의료관광호텔을 설립할 경우 숙박을 매개로 하는 비보험 진료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비보험 고가진료로 인해 의료시장 교란될 것"이라며 "이는 중소병원이 지향해야 할 방안이 아니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중요한 만큼 의료관광호텔 사업의 활성화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1월 관광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을 당시 "의료관광호텔업이 신설되는 업종으로서 관광과 의료의 융․복합 행정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제도 시행 전까지 세부적인 사항을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행 후 두달이 넘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은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이드라인 없이도 시행령만으로 시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관광산업과 관계자는 "현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은 상세한 설명을 위한 것이지 그것이 없다고 법 시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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