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공단-의약단체, 1차 수가협상 마무리
한정된 파이를 놓고 5개 유형의 나눠먹기. 이는 해마다 이뤄지는 유형별 수가협상의 골자다.
올해도 어김없이 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 단체의 눈치전쟁이 시작됐다. 목표는 같다. 얼마나 더 많은 파이를 먹을 수 있을까이다.
각 유형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는 건강보험공단과 1차 협상을 대략 마무리 지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만 21일 오후, 1차 협상을 앞두고 있다.
1차협상은 통상적으로 공급자 단체가 건보공단 측에다가 수가인상의 근거 자료를 제출하며, 수가 인상의 필요성을 적극 피력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각 단체의 공통 목소리는 "경영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수가를 좀 올려다라"는 것인데, 수치를 통해 얼마나 객관적으로 설득력을 갖출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의원·약국 '파란불'…"폐업률, 환자 수 심상치 않다"
의협과 약사회 는 여러가지 부분에서
'청신호' 를 예상할 수 있다.
비교적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고 있는데다가 각종 지표가 어려운 현실을 탄탄히(?)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박사팀이 지난해 진행한 '2014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SGR 모형을 적용했을 때 약국과 의원은 각각 수가를 2.5%, 2.9% 인상 여지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반영해보면 2012년보다 지난해 각종 지표가 더 악화 됐기 때문에 더 긍정적인 수치도 기대할 수 있다.
의협 수가협상단. 왼쪽부터 이철호 부회장, 임익강 개원의사회 보험이사, 연준흠 보험이사
우선 의협은 1차협상에서 자체적으로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한 수가 연구 결과와 폐업률, 환자 수 증감률 등의 통계를 제시했다.
지난해 의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는 10조 6742억원으로 전년보다 불과 1.8% 늘었다. 환자 수를 나타내는 방문일수도 5억 2361만일로 전년도 보다 2% 감소했다.
'저수가'라는 의료현실을 가입자도 공감하고 있다는 것도 수가 인상을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지난 3월에 나온 보건복지부와 의협의 2차 의·정협의 결과가 의협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를 개편하고 수가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는 부분을 놓고 가입자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 입장에서는 건보공단과 어떻게든 협상을 통해 담판을 지어야 할 수 밖에 없다. 만에하나 협상 결렬 후 건정심으로 넘어갔을 때는 더 험난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약사회 수가협상단. 왼쪽부터 이모세 보험위원장, 이영민 부회장, 박영달 보험위원장, 이승용 보험전문위원
약국 역시 경영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해 약국 요양급여비는 11조 8688억원으로 전년도 보다 고작 0.4% 증가했다. 약국 방문일수는 1.6% 줄어 약 4억 8115만일이었다.
약사회는 1차 협상에서 기관수가 3년 연속 감소세며 폐업률은 늘고 있는 현실을 피력했다. 여기에 신용카드 수수료와 인건비, 서면복약지도로 들어가는 비용 부담을 강조했다.
지표는 나쁘지만 덩치가 커서 슬픈 병협은 '흐림'
병협 수가협상단. 왼쪽부터 이계융 상근부회장, 민응기 보험위원장, 김상일 보험이사
이번 수가협상이
병협 박상근 회장의 취임 후 첫 시험대가 되는만큼 올해 수가협상에 임하는 병협의 자세는 남다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보험에 정통하다는 박상근 회장에 대한 외부 시선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병협은 수가협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박상근 회장이 직접 주재해 수가협상 대응태세 및 전략 등을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병협의 협상 기상도는
'흐림' 이다.
병원 경영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수치상 확연히 드러나고 있지만 다른 유형과 비교했을 때는 진료비 증가율 등이 눈에 띄게 높기 때문이다.
병원과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진료비는 전년보다 각각 10.4%, 7.9%, 5.8% 증가했다. 그러나 의원과 비교했을 때 이 수치는 눈에띄게 높다.
이계융 상근부회장은 "대표성 있는 병원인 서울대병원은 적자를 기록했다. 병원은 덩치가 크기 때문에 카드 수수료 하나만 해도 타격이 크다"고 토로했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와 3대 비급여 정책' 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 수행을 위해 수조원의 건강보험 재정 투입이 예고돼 있다.
그만큼 건보재정에서 병원이 차지하는 파이는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타 공급자 단체의 견제를 피할 수 없다.
의료법인의 자법인 허용 등의 내용이 담겨있는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도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병원, 지방병원을 위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수가 협상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대신 3대 비급여 개선은 병원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협상의 수단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여러가지 상황이 얽혀 있는 병협은 그 어느 단체보다도 협상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의협-치협 "비급여 많다고 경영상황 좋은 것 아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파이가 적은 다른 유형들의 상황은 어떨까.
한의협 역시 1차의원이 전체 한의원 중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1차의료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한방은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건보공단과 논의했다.
치협은 올해 집행부가 바뀌는 변화를 겪었지만 수가협상단은 작년과 같이 마경화 부회장을 단장으로 박경희 보험이사, 최대영 서울지부 보험담당부회장, 김영훈 경기도 보험부회장으로 구성해 연속성을 갖게 됐다.
올해, 75세이상 노인 임플란트 급여 전환을 시작으로 임플란트 급여화가 순차적으로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에서 치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소 늘어날 예정이다.
치협은 비급여 환자가 줄고, 1차 의료기관의 경영상태가 어려운 상황을 공단 측에 구체적으로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차 수가협상 은 22일 오후 병협을 시작으로 다시 돌입한다.
2차 협상에서 건보공단은 21일 열린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나온 파이를 쥐고, 각 공급자 단체와 밀고 당기기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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