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은 크게 맨눈해부학(gross anatomy)과 현미경해부학(microscopic anatomy)로 나뉜다. 맨눈해부학은 말 그대로 맨눈으로 관찰이 가능한 영역을 말하고, 이전 두편의 글에 걸쳐 언급한 해부학을 떠올리면 된다. 현미경해부학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현미경을 이용해서 관찰하는 해부학을 말한다. 조직의 특성을 파악한다는 의미에서 조직학(Histology)이라고도 불린다.
피부, 심장, 간, 근육, 뇌 등 신체의 여러 장기들은 생김새가 다르기 때문에 누구나 보고 구별할 수 있다. 현미경으로 확대해보아도 마찬가지로 각각이 고유한 특징을 보인다.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는 조금 어려워지지만, 조직만 가지고도 그 장기가 무엇이고 건강한지, 아니면 이상을 보이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맨눈해부학은 카데바를 가지고 직접 해부를 해보는 데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조직학은 현미경에 눈을 갖다대는 순간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매력있다. 눈 앞 가득 슬라이드가 확대되어 펼쳐지면 원근도 동서남북도 없는, 2차원과 3차원 사이 어드매에서 떠도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조직을 잘 관찰하기 위해 Hematoxylin과 Eosin 을 이용하여 염색을 하는데, 푸르스름한 보라색과 선명한 분홍색으로 조직이 물든다. 현실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색이라 그런지현실 너머 저 멀리 어딘가의 신비로운 물질을 보고 있는 듯한 상상에 빠져든다.
발생학(Embryology)은 개채 발생에서 형태 형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체발생학이라 하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순간부터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마칠 때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해부학 교수님의 표현을 빌리면) '빈대떡처럼 납작'하던 태아가 사람의 모습을 갖춰가는 과정을 서술한다.
사람이 열달동안 자궁 속에서 커가는 과정은 아주 정교한 짜임새의 대하소설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우주 역사에서 아주 작은 부분만을 차지하고 있는, 다시말해 다른 생물체들에 비해서는 늦게 진화한, 인간의 발생 과정이라는 것은 수많은 우연이 모여 이루어진 필연일 것이다.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280일을 지내는 과정 하나하나에 생명의 역사가 아로새겨져 있다. 태어난 건강한 아이가대견하고 신비로워 보이는 것은방금 전까지 빠르게 인류의 역사를 훑고 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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