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에게 먼나라 얘기 같았던 여름 휴가가 현실화되고 있다. 수련제도 개편안이 자리 잡으면서 휴가를 보장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교수들이 자체적으로 휴가 일정을 조정해 전공의들의 휴일을 보장하는 이례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A대학병원 내과 부장은 3일 "전공의들에게 자체적으로 일정을 조율해 가능한 여름 휴가를 가라고 배려했다"며 "적어도 2~3일씩이라도 휴가를 보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찌보면 한창 나이인데 다들 휴가 가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소외감을 느끼겠냐"며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잠시 휴가를 즐기는 것도 업무 효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비단 이 병원만의 특성은 아니다. 특히 전공의들의 휴가 일수를 보고해야 하는 수련제도 개편안이 시행되면서 가능한 휴가를 보장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
B병원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 병원은 교육수련부장이 각 주임교수에게 전공의들의 휴가를 보장해 달라는 협조문을 보냈다.
이 병원 교육수련부장은 "우리 병원은 다른 병원들에 비해 휴가에 대해 그나마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특히 최근 수련제도 개편안 등으로 근무환경에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최대한 휴가를 보장해 달라는 당부의 글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병원은 교수들이 휴가를 줄여 전공의에게 휴가를 보장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C대병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C대병원 산부인과 주임교수는 "지금도 일정이 빠듯하기는 하지만 교수들이 하루 이틀씩 휴가를 줄여서 전공의들에게 휴가를 줬다"며 "TO를 다 채우지 못해 그렇지 않아도 힘들게 수련하고 있는데 이정도 배려는 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 또한 그나마 전공의 수가 많은 서울권 대형병원들의 얘기다. 상황이 녹록치 않은 지방 중소 수련병원들은 휴가를 보장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가 휴가를 떠날 경우 당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D대학병원 보직자는 "교수들도 휴가를 내기가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전공의들의 휴가를 보장하겠냐"며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특히 최근 주당 80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것만으로도 병원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공의들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시행된 전공의 수련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각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의 근무시간과 휴가 일수 등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하며 장관은 보고 내용이 규정에 미치지 못할 경우 수련병원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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