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파행을 겪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 선거가 뚜렷한 대안 없이 해를 넘겼다.
현 산부인과의사회 집행부 임기 만료는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의사회는 회장 선거 방식부터 재논의가 필요한 대의원회 구성도 못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의사회는 31일까지 전국 15개 지회별로 총회를 열고 정관개정, 회장선거에 참여할 대의원을 선출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총회 자체가 제대로 열린 곳은 대전 단 한 곳뿐이었다.
의사회 정관에 따르면 지회 총회는 총회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석해야 열 수 있는데, 위임장 인정 여부는 명문화돼 있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서울, 광주, 대전, 부산, 대구, 경북 등 각 지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대전지회 한 곳만 성원이 됐다. 부산도 인원수는 3분의 2가 넘었는데 2년간 회비를 안 낸 사람들이 있어 총회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정관을 문자 그대로 따르기에는 대다수 지회에서 총회를 개최하기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위임장 인정 여부에 대해 법적 검토를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의사회 집행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서울지회와 경기지회는 회원의 동의를 받은 위임장은 유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지회 관계자는 "500~1000명 수준의 큰 지회일수록 회원들이 직접 참석해 정족수를 채우기는 무리다. 현실적으로 오프라인에서는 모일 수가 없는데도 집행부는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의원을 다시 뽑을 때 회원의 동의를 받고 위임장을 받으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지회는 회장선거를 직선제로 바꿔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간선제보다 직선제가 비용도 적게 들어간다. 한 명당 500~700원만 내면 국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를 대행해준다고 한다. 전체 회원의 뜻을 모으기 위해서는 직선제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노준 회장은 "선거제 개편이나 정관개정 문제는 대의원회부터 구성돼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하며 "내년 4월에 열리는 춘계학술대회 전에 대의원 총회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0월 산부인과의사회 서울지회는 법원에다가 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던 임시대의원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회장 선거가 파행을 겪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전국 각 지회에서 대의원을 선정해 회장 선거에 참여토록 하는 '간접선거 방식'을 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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