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제대로 설명도 안 하고 코일 색전술을 했다가 뇌경색을 유발한 대학병원이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최경서)은 최근 뇌동정맥 기형으로 코일 색전술을 받았다가 뇌경색이 온 환자가 I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병원이 원고에게 줘야 할 손해배상 금액은 2000만원이다.
기억상실 증상이 있어 I대학병원을 찾은 강 모 씨는 머리 쪽 CT 촬영 결과 뇌동정맥 기형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뇌동정맥 기형은 동맥에서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정맥으로 연결되는 '뇌혈관의 기형'이 생기는 것이다. 뇌출혈이나 간질 발작을 부를 수 있다.
의료진은 강 씨에게 뇌동정맥 기형에 대한 코일 색전술을 실시했다. 시술 직후 강 씨가 오심 증상을 보였고, 의료진은 MRI 촬영 결과 왼쪽 소뇌층부에 크지 않은 범위의 뇌경색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코일 색전술을 하던 중 색전 물질인 글루(Glue) 일부가 뇌동맥 기형 주변 정상 혈관에 들어가 정상 뇌 조직의 혈류가 차되면서 뇌경색이 일어난 것이다.
강 씨는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겨 감마나이프 시술을 받고 뇌동정맥 기형 치료를 마무리했지만 뇌경색 증상은 완치되지 않았다.
강 씨는 현재 왼쪽 부전마비, 왼쪽 상하 운동기능 장애, 언어기능 및 인지기능 장애 등으로 노동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결국, 강 씨는 I대학병원을 상대로 ▲치료방법 선택상 과실 ▲코일 색전술 시술상 과실 ▲설명의 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중 설명의 의무 위반만을 인정해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 조치다. 의사는 환자에게 설명한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 보존할 필요가 있으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의사에게 설명의무를 이행한 증명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I대학병원은 색전술을 하기에 앞서 강 씨에게 각 치료방법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해서 선택권을 행사할 기회를 줬어야 한다. 뇌동정맥 기형 치료방법에는 색전술 외에도 외과적 수술과 방사선 시술이 있고, 색전술은 완치율이 10%에 불과해 보조적 방법으로 사용되며, 각 치료방법에는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등을 강 씨에게 설명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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