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에 몸담았다가 12억여원의 요양급여비 환수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 김 모 씨. 법원은 사무장병원인지 몰랐다는 그의 호소를 받아들였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박연욱)는 최근 사무장 정 모 씨에게 고용돼 서울 동작구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했던 의사 김 모 씨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 환수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비의료인인 사무장 정 씨는 100병상 이상 운영이 가능한 건물이나 부지를 물색해 투자자금을 조성한 후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무려 6개의 요양병원을 개설했다.
정 씨는 건보공단과 경찰, 검찰의 추적으로 덜미가 잡혔고 정 씨와 6개 요양병원 원장들은 징역, 벌금 등의 형사처벌과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을 받았다. 김 씨는 정 씨가 가장 먼저 개설했던 B요양병원의 1대 원장이었다.
건보공단은 김 씨가 원장으로 1년 가까이 근무했던 시간 동안 B요양병원이 타간 요양급여비 12억원에 대해 환수 처분을 내렸다. 사무장인 정 씨가 김 씨를 고용해서 B병원을 개설한 것을 전제로 내린 처분이다.
김 씨는 "의료인 구직 인터넷 사이트에서 신경과 전문의를 고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찾아간 병원의 원장에게 B병원을 운영해 줄 것을 제안받고 근무하게 된 것"이라며 "정 씨가 자금을 준비해 병원을 개설한 사정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즉, 김 씨는 사무장 정 씨와 한통속인 원장의 권유로 고용됐다는 것이다.
법원은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은 김 씨가 원장으로 있을 때는 병원 운영 형태에 관해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사에서도 피의자로 특정된 적이 없고 조사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 개원 후 김 원장은 의료 부분만 전담하고 행정 등 병원운영은 정 씨가 전담했다. 병원장의 신분증,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등이 필요할 때마다 정 씨는 김 씨에게 보고 후 사용했다"며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병원의 경우 진료와 행정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하면 정 씨가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다고 하더라도 김 씨는 알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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