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정신의료기관 의무인증 시행을 앞두고 인증조사 대상 기준을 급하게 변경하면서 일선 정신병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의무인증을 준비하다 졸지에 정부의 의무인증 대상에서 제외된 정신병원들은 갑작스러운 방침변경에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앞서 복지부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최근 정신의료기관 평가 대상 기관 전환 안내를 알리는 공문을 정신의료기관에 발송했다.
현 정신병원 인증조사 대상 기준은 ▲의료법 제3조 제2항 병원급 의료기관 중 요양병원 중 정신병원 ▲정신보건법 제3조 제3호에 따른 정신의료기관 중 정신병원(총 허가 병상의 50%를 초과하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보유한 의료기관) 등이다.
인증원은 이를 ▲의료기관 개설허가상 정신병원(또는 요양병원)으로 개설된 의료기관 ▲2010년 1월 이전 개설된 의료기관 중 정신병상(정신과)만을 운영하는 병원급 의료기관 등으로 변경했다.
즉 정신병원이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외 내과와 가정의학과 등 타 진료과를 운영할 경우 의무인증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결국 타 진료과를 개설 운영 중인 정신병원 50여 곳은 정부의 의무인증 방침에 맞춰 이를 대비해왔지만 사실상 정신병원 인증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타 진료과를 운영 중인 수도권 A 정신병원 이사장은 "타 진료과를 운영하는 정신병원들은 정신질환자의 다른 질환들까지 모두 한곳에서 치료하기 위해 운영하는 것"이라며 "일부 정신병원들이 타 진료과를 운영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들의 대부분은 또 다른 질환들을 가지고 있다"며 "내과 등을 운영하지 않을 경우 차량을 이용해 다른 의료기관으로 환자들을 이동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번 복지부의 방침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에 정신병원들은 복지부와 인증원의 방침 변경 방식을 놓고도 비판했다.
B 정신병원 이사장은 "복지부가 의료법과 정신보건법이 혼선으로 인해 방침을 변경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며 "하지만 방침을 변경하려 했다면 의무인증 시작 전에 논의 후 변경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공문 한 장으로 방침을 변경하는 것은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렇다면 중간에 방침을 변경하지 말고 의무인증 마무리 후 2주기 때 방침을 변경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정부가 의무인증 대상 정신병원에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는데 의무인증 대상 정신병원을 줄여 예산을 줄이려는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는 긴급 상임이사회를 소집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신의료기관협회 관계자는 "복지부와 인증원이 의무인증 방침을 변경했다면 먼저 협회에 의견을 청취했어야 했는데 관련된 일련의 과정들이 전혀 없었다"며 "인증원 측에서는 협회장 측에 설명했다고 하지만 이는 정식적인 절차를 밟은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증평가를 준비한 병원도 문제이나 정신병원 대상으로 진료과 평가를 시행한 사례가 없다"며 "일단 긴급 상임이사회를 갖고 관련된 논의를 진행해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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