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A중소병원장은 당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어디서 구해야 하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따르면 불과 몇개월 만에 소청과 전문의 5명 중 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병원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충원해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만에 다른 소청과 전문의들의 항의 전화에 못 견디겠다며 퇴직의사를 밝힌 것이다.
병원장은 자신도 소청과 개원의들의 항의전화를 받았다며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을 계속해야할 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그는 "지역거점병원의 역할을 다하고자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에 참여한 것일 뿐인데 소청과 내 공공의 적이 돼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동일한 소청과 의사들끼리 한쪽에선 야간시간 소아환자의 편의를 위해 달빛어린이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또 다른 한편에선 해당 병원에서 동료가 근무하는 것조차 두고 볼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를 지켜보면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이 떠오른다. 정부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강제적으로 대형마트 영업일을 제한했다. 가장 빠르고 간편한 방식의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문을 닫은 후 그 수요가 전통시장으로 흘러갔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오히려 전통시장에 주차 및 배달서비스를 강화하고 대신 장보기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 죽어가는 재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재래시장을 살리는 해법은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소청과는 수년 째 이어지는 저출산으로 환자군 자체가 감소하면서 늘 미래가 불안하다. 공동개원을 해서 전문의가 교대로 야간 및 휴일진료를 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 측에선 '달빛어린이병원'은 소아환자의 의료공공성을 높이고 국민들의 의료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제도이지만 소청과 개원의들에겐 거대한 경쟁자로 다가왔을 수 있다.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최근의 극단적인 행보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이쯤되면 복지부도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 상태로는 의료계 내부 갈등만 초래할 뿐이다.
소아환자의 공공의료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과 동시에 소청과 개원의가 개원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수가개발이나 다른 방식의 지원책을 제시해야한다.
정부 정책에 따라오는 병원만 지원해주겠다는 식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지원책이 나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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