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8일 점심시간이 끝난 후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서울 H의원을 찾은 환자의 숫자다.
"월요일은 외래환자가 많은 날인데도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직원의 한숨에서도 메르스 여파를 짐작할 수 있었다.
H의원은 정부가 지난 7일 공개한 '메르스 환자 발생 및 경유기관' 24곳(8일 현재 29곳) 중 한 곳이다. 서울지역 의원급은 약 4곳. 이 중 H의원만 운영을 하고 있었으며 3곳은 휴진 상태였다.
정부가 메르스 병의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대형병원뿐만 아니라 의원들도 '환자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환자들의 이동경로 파악을 위해 병원 이름 공개에 따른 환자 감소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결과로 이어지는 손실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오는 게 현실.
H의원에는 지난 2일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고, 다음날 관할 보건소에서는 즉시 방역이 나왔다. 의원 소독과 함께 의료진을 상대로 검사를 했다. 결과는 이상 없음.
H의원은 7일 보건소로부터 "문제없다"는 연락을 받고 8일 진료를 시작했다. 환자 감소를 예상해 오후 진료는 원장 1명과 직원 2명이 책임지기로 했다.
메디칼타임즈가 방문한 오후 시간, H의원도 환자가 찾지 않는 것은 마찬가진. 환자가 없는 대신 '메르스'를 걱정하는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열이 나고 기침이 나는데, 메르스 증상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 대다수였다.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감기처럼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고열, 기침이 심해지면 관할 보건소에 전화하면 됩니다."
접수 데스크에서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는 직원은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문의 전화에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메르스 병의원 명단을 접한 경기도 한 내과의원 원장은 "메르스 의원을 낙인찍히면 환자가 오지 않는 것은 당연"이라며 "의원은 개인 사업자라서 병원보다 체감이 더 크다. 문을 열어도 휴진이나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메르스 환자가 1~2분 스쳐 지나간 의원이더라도 국민 눈에는 3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한 대형병원과 똑같이 보일 것"이라며 "의원 이름을 공개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환자 감소 직격탄은 비단 의원뿐만이 아니다. 명단 공개 의원 인근 약국들도 의원들과 같은 짐을 져야만 했다.
메르스 병원 명단에 오른 열린365의원 인근 약국 약사는 "처방이 많이 나오는 보험과다 보니 의원 휴진으로 인한 타격이 크다. 약국을 찾는 환자 60~70%가 365의원에서 오는 데 (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방문을 해야 마스크, 손 세정제 등의 매출도 덩달아 오를 텐데 환자가 심하게 없다"고 덧붙였다.
"메르스병원 낙인…문 열면 환자가 올지 모르겠다"
8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 한 메르스 5번 환자(50)는 서울 강동구 365서울열린의원 원장이다.
그는 "병원 이름 공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면이 많이 있다"고 토로하며 "만약을 대비해 일주일은 더 휴진할 생각인데 (문을 열어도) 환자가 올지 모르겠다. 메르스가 진정되면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병의원 입장에서 좋지 않은 면이라 함은 휴진 기간에 발생하는 비용 문제를 말한다.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 비용에 생활비까지 나가는 데 진료비 수입까지 없으니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
윤창옥내과의원 홈페이지 공지글
메르스 병의원 명단에 오른 서울 중구 윤창옥내과의원은 의료진이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고, 소독까지 마쳤음에도 13일까지 일주일간 자체 휴진에 들어갔다.
홈페이지에는 "메르스 의심 환자가 내원해 원칙에 따라 한치의 오차 없이 격리와 신고를 했다. 모든 직원은 건강한 상태이며 진료에 차질이 없지만 환자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자진 휴진하기로 했다"고 나와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진료비 통계지표를 분석하면 내과 의원의 월 진료비 수입은 4229만원 수준이다. 이를 일단위로 나누면 내과 의원 한 곳당 하루 169만원의 진료비 수입이 발생한다.
이 공식을 윤창옥내과의원에 그대로 적용하면 일주일 휴진으로 1014만원의 진료비 수입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나가면 수천만원 적자는 당연지사.
윤 원장은 메르스 환자를 발견해 정부 지침에 따라 발 빠르게 대응했음에도 명단 공개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정부 시책에 충실히 따르고 전염병 확산에 최선을 다한 적절한 조치에 대해서는 일언 언급도 없었다. 보건소도 문제없다고 했지만 정부는 언론을 통해 메르스 병원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주변의 시선으로 가족까지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구청은 8일 메르스 대책 회의를 열고 윤창옥 원장의 적극적인 대응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 표창장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중구의사회 관계자는 "정부가 메르스 사태로 인한 병의원 손실분을 보상해주겠다 약속한 바 있다. 정부 매뉴얼 대로 대응해 메르스 확산에 일조한 병의원에게 보상은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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