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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병원에 내 몸 맡길 수 있나…빅5 정도는 돼야지"

발행날짜: 2015-08-25 05:39:54

의료진 "의료전달체계 개선없이는 밑빠진 독 물 붓기"

|초점②| 희미해지는 메르스가 남긴 교훈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 사태가 지난 지 불과 2개월째. 메르스가 남긴 교훈은 잊은 채 과거의 병폐가 반복되기 시작했다. <메디칼타임즈>는 대형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그 실태를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보호자인데 들어갈 수 없나요."
"죄송하지만 감염 관리를 위해 보호자는 한명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명은 휠체어를 끌고 한명은 짐을 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한명만 들어갑니까?"
"그렇긴합니다만…"

최근 A대학병원 소아응급실에선 환자 보호자 출입을 제한하는 것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A대학병원 직원은 "메르스 감염 확산이 사라지면서 환자들의 민원이 늘고 있다"며 "감염 관리 차원에서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인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최근 병원 내에선 메르스 이후 한층 강화된 감염관리 체계를 유지하려는 병원과 환자 및 보호자가 갈등을 빚는 일이 왕왕 발생하고 있다.

불과 2개월 전,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까지도 병원에 가는 것을 극도로 기피했던 환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각 병원들은 면회객을 관리하고 있지만 2개월만에 반발이 거세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메디칼타임즈가 대형 대학병원 의료진에게 메르스 사태 이후 환자들의 변화를 확인한 결과 다수 의료진이 메르스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의료진들은 무엇보다 당시 심각한 질환 이외에는 병원을 찾지 않았던 것과 달리 여전히 경증환자가 밀려오기 시작했다는 데 주목했다.

이들 의료진들은 "병원 구조나 응급실의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절대 바뀔 수 없는 문제"라고 봤다. 적어도 동네병원에서도 치료할 수 있는 질환으로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응급실 과밀화 등 대형병원의 쏠림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울대병원 한 내과 의료진은 "의료서비스 질이 분명 다른데 비용의 차이가 없다보니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영국 등 일부 유럽의 국가들처럼 의료진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의사가 환자의 진료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던지 진료비 즉, 비용에 차이를 둠으로써 불필요한 대형병원 진료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A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80대 여성환자는 전주에서 앰블런스를 타고 내원한 케이스. 그는 말기암 환자로 갑자기 신장기능이 떨어져 응급실을 찾았다.

B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60대 남성 환자 또한 암 투명 중에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은 환자로 대형 대학병원에서만 치료할 수 있는 긴박하고 중한 질환은 아니었다.

전국의 환자들이 대형병원 응급실로 몰리면서 응급실 과밀화는 개선될 여지가 안보인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사실 응급실 진료는 상당부분 표준화 돼 있다. 중증이 아닌 환자는 가까운 중소병원이 더 빠르고 쾌적한 환경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데 이를 왜 모르는지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복도에서 대기하는 환자들도 힘들겠지만 경증환자를 챙기느라 응급 중증환자를 놓치는 게 아닌가 늘 신경이 곤두선다"고 토로했다.

응급실 과밀화 등 대형병원 환자 쏠림은 환자는 물론 의사들에게도 괴로운 일이라는 얘기다.

의사는 밀려오는 환자를 통제할 방법이 없고 환자 또한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다.

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 감염관리를 위해 환자대기 공간에 칸막이까지 설치했지만 이 또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이에 대해 정부 또한 감염 관리 대책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속빈 강정에 불과한 수준이다.

앞서 복지부는 응급실 감염방지 및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권역응급센터(41개소)에 비응급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인상함과 동시에 중소병원 응급실 본인부담을 경감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의학적 판단에 따른 실질적 의뢰절차를 확립하고 지역병원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도 및 수가를 개편한다며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막상 확인한 결과 구체화 된 것은 없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응급실 수가 인상 중소병원 별도 수가 인하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라며 "정책으로 구제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으며 이는 건정심을 통과해야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절차를 거쳐야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이 병원과 환자들은 빠른 속도로 메르스 교훈을 잊고 과거로 회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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