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항생제 대체 물질로 대두되고 있는 향균 펩타이드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물질을 활용하면 기존 항생제의 내성 문제를 원천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학 발전에 큰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줄기세포재생생물학과 박찬규 교수팀은 최근 항균 펩타이드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기술은 생명공학적으로 변형된 녹색 형광 단백질(engineered green fluorescent protein, GFP)과 대장균 발현 시스템을 이용해 항균 펩타이드 뿐만 아니라 세포독성을 가지는 단백질을 고효율로 발현시킬 수 있는 유전공학적 산업화 기술이다.
항균 펩타이드는 항균 활성을 갖는 작은 단백질로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균에도 항균력이 뛰어나다.
또한 새로운 내성균의 출현도 거의 일으키지 않아 차세대 항생물질로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박테리아, 무척추동물, 척추동물, 식물을 포함한 다양한 종으로부터 자연 유래 3900여개, 합성 펩타이드 1600여개 등 총 5500여 가지 이상의 항균 펩타이드가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화학합성의 경우 펩타이드의 길이에 따른 생산의 제약이 있으며 산업적 규모로 이루어질 경우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대량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유전공학적 방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으나 대장균을 이용한 대량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발현된 항균 펩타이드의 활성으로 인해 숙주세포의 성장자체가 저해된다는 점 때문에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의 항균 펩타이드의 생산 연구를 시도했으나 산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준의 기술 개발은 이뤄지지 못했다.
건국대 박찬규 교수팀은 안정적이고 높은 효율의 발현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생물학 분야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단백질 중 하나인 녹색형광단백질(GFP)의 메티오닌 (methionine)을 제거하고 녹색형광단백질의 루프 지역(loop region)에 항균 펩타이드를 삽입하는 아이디어를 활용했다.
이 융합 단백질 (fusion protein)은 불용성 단백질로 숙주세포 내에서 응집체 형태 (inclusion body)의 활성을 띠지 않는 상태로 발현돼 항균 펩타이드의 자체 독성으로 숙주세포의 성장을 저해하는 기존의 문제점을 극복했다.
또한 숙주세포 내에서 생산된 펩타이드의 분해를 막아 항균펩타이드를 포함한 세포 내에서 독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유용 펩타이드와 기능성 단백질의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건국대 연구팀은 현재 Protegrin-1 (PG-1), PMAP-36, Buforin-2, PR-26을 포함한 7종의 항균 펩타이드의 생산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
이는 항균 펩타이드 뿐만 아니라 숙주 세포에 독성을 가지는 다른 단백질들에 대한 적용도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박찬규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한 국제특허(PCT) 출원을 진행하고 있다"며 "자연계 생명체에서 사용되는 방어기전 중 하나인 항균 펩타이드에 대한 연구 촉진을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항균 펩타이드의 경제적 생산과 산업화를 촉진 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항균 펩타이드가 기존의 항생제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천연 소재로 국민 건강과 보건, 동물 산업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그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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