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대토론회에서 제기됐던 비대위 해체론이 시도의사회로 불붙을 조짐이다.
시도의사회는 시도의사회장단 회의를 통해 비대위 해체론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4월 정기총회 부의 안건으로 올릴지 여부의 논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13일 시도의사회는 의협 회관에서 시도의사회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비대위 해체론 등 의료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비대위 해체론은 이필수 전남의사회장의 제안으로 급물살을 탔다.
앞서 이필수 회장은 대토론회에 참석해 "집행부는 의협이 협상을 하고 비대위는 투쟁을 하자는 논리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비대위 상임위원을 하면서 느낀 것은 비대위와 집행부를 이원화하는 것은 비용 낭비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모든 협상과 투쟁을 추무진 회장으로 일원화해 진정성을 보이면 회원들이 따를 것이다"며 "4월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비대위를 해체하고 협회장으로 협상과 투쟁 일원화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도 이필수 회장은 이같은 내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비대위 내부에서조차 비대위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 양만석 비대위 부위원장도 이날 비대위의 역할이 끝났다며 해체론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모 참석자는 "이필수 회장이 다시 한번 비대위 해체론을 주장했다"며 "주요 내용은 집행부, 비대위의 이원화된 체계로는 협상과 투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차피 전국 시도의사회장들이 비대위 위원으로 들어가 있는 마당에 비대위 회의 따로, 집행부 상임이사회 회의 따로 하는 것은 중복이다"며 "이런 의견에 다수의 회장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체론을 찬성하는 쪽은 추무진 회장을 사지로 내몰겠다는 게 아니라 강력한 투쟁 체제를 만들어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다"며 "시기가 위중하고 회원들의 비난 여론도 빗발치고 있는 만큼 추무진 집행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이날 추무진 의협 회장은 국회 총선 이전까지는 현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참석자는 "과거에도 비대위 위원장을 추무진 회장이 맡아야 한다고 했지만 추 회장은 서울대 라인을 활용해 복지부를 공략하겠다는 협상 노선을 강조한 바 있다"며 "이에 대해 회원들은 무책임하게 느낄 뿐이다"고 밝혔다.
그는 "회장이 자기 생각과 소신을 가지고 이끌어야 회원들도 따라온다"며 "이런 회원들의 불만은 대토론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지 않았냐"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위가 못해서 해체론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의협에 결재를 받고 하는 시스템으로는 크게 힘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며 "비대위에 아예 전권을 주지도 않으면서 비대위에 궂은 일을 떠맡으라고 하는 건 회장 방패막이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한편 이광래 비대위 위원장은 난색을 표명했다.
그는 "사실 비대위 해체론의 본질은 비대위가 대외적인 활동을 잘못했다는 뜻이 아니다"며 "대토론회에서도 제기됐듯 추무진 회장이 전면에 나서달라는 뜻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도의사회에 참석했던 다수의 회장들도 해체론보다는 추무진 회장이 전면에 나서는데 동의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다만 비대위 위원들이 이런 주장을 제기하는 것이 대외적으로 어떻게 해석될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대위나 시도의사회 모두 해체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이 없어 말처럼 해체가 쉬운 것도 아니다"며 "비대위의 대응 범위의 조정이나 의료일원화 대응 전략 등의 대폭적인 손질은 결국 4월 의협 정기총회에서나 가능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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