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수순, 예견된 결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회장 황휘)가 신임 상근부회장에 홍순욱 전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선임했다.
홍순욱 상근부회장
28일 협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신임 홍순욱 상근부회장은 4월 1일부터 3년간 협회 사무처를 총괄해 회원사 및 의료기기업계 발전에 필요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국내 의료기기산업 위상을 제고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특히 다양한 행정 및 정책 수행경험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협회장 및 임직원들과 함께 협회 기능을 활성화하고 극대화해 회원사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협회는 기대하고 있다.
협회 기대감과 달리 회원사들은 미지근한 반응이다.
전임 이광순 상근부회장이 지난 10일 퇴임하기 이전부터 신임 상근부회장 내정설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협회 회원사 한 임원은 “지난 2월 일부 회원사는 물론 협회 직원까지도 신임 상근부회장이 누가 될지 이미 알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또 “협회가 공개채용을 하지만 관례상 사전에 정해진 인물이 상근부회장으로 선임돼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협회는 지난 3일 홈페이지에 상근부회장 공개채용 공고를 내고 9일까지 서류접수를 진행했다.
공교롭게도 1주일간 이뤄진 공개채용에는 홍순욱 상근부회장이 단독 응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협회는 임시이사회를 통해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팩스·이메일 등 서면결의로 신임 상근부회장 선임을 최종 의결했다.
협회 신임 상근부회장 선임은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자 재취업 제한을 두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일명 관피아(관료+마피아) 방지법(2015년 3월 시행)에 따라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 기간은 3년이다.
하지만 홍순욱 상근부회장은 관피아 방지법 시행 전인 2014년 3월 17일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으로 퇴임했기 때문에 기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취업제한 기간 2년이 적용된다.
따라서 퇴임 2년이 지난 홍순욱 상근부회장은 취업제한에서 자유롭다.
문제는 협회 상근부회장직을 바라보는 상당수 회원사들의 냉소적인 시선과 함께 우려 또한 적지 않다는 것.
식약처 퇴직 공무원의 협회 상근부회장 재취업이 ‘너무도 당연시되는’ 관행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그 자리에 걸 맞는 역할을 하겠느냐는 기대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협회 위원회 관계자는 “신임 상근부회장 이전에도 부산·대구지방식약청장 출신 퇴직 공무원이 상근부회장으로 재취업했다”며 “협회 공개채용은 요식행위일 뿐 실제로는 식약처와 협회 간 사전조율로 낙하산 인사가 이뤄진다는 게 업계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협회 상근부회장은 의료기기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식약처 등 정부기관에 알리고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중요한 대관업무를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협회를 거쳐 간 일부 상근부회장들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채 업계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식약처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던 게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8일 협회 보도자료에서 홍순욱 상근부회장은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해 회원사 및 업계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회원사에 대한 협회 각종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한편 정부를 포함한 유관기관과 교류·협력을 강화해 대외활동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협회 신임 상근부회장이 회원사 목소리에 귀 기우려 업계 이익을 실현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지 아니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채 정부기관 입장을 대변하는 또 한명의 퇴직 공무원 재취업 사례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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