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들이 보건복지부 부서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일까.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을 비롯한 주요 상급종합병원 10여곳 기획조정실장들이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을 초청한 간담회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조정실장들의 최대 화두는 단연, 5000억원이 투입되는 의료 질 평가지원금.
서울대병원 등 빅 5를 비롯한 주요 상급병원 기획조정실장들이 보험급여과장과 간담회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중 열린 첫 간담회에서 의료 질 평가지원금 산정기준인 평가지표에 대한 지적이 강도높게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지난 5일 심사평가원과 병원협회 공동 설명회에서 의료 질과 환자안전(65%), 공공성(10%), 의료전달체계(10%), 교육수련(10%), 연구개발(5%) 등 59개(2015년 평가지표 34개+신규지표 25개)의 최종 평가지표를 공개했다.
의료 질 평가지원금은 선택진료의사 비율 축소에 따른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 비급여 손실분을 수가를 통해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래서일까.
대형병원 기획조정실장들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에게 감염관련 음압시설 등 평가지표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개진했다.
하지만 보험급여과장이 답변한 내용은 일반론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 질 평가지원금 담당부서가 보험급여과가 아닌 보건의료정책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발령받은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행시 33회, 연세대 사회학과)은 수가 중심의 의료정책 과오를 인정하고, 의료정책이 수가를 이끄는 방식으로 보건의료 정책방향을 전환시키겠다는 입장을 공표해왔다.
첫 번째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 의료 질 평가지원금이다.
복지부와 심평원, 병원협회 공동 설명회에서 공개된 선택진료 축소에 따른 의료 질 평가지원금 지원 방안.
현재 의료 질 평가지원금은 김강립 정책관을 필두로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과장(행시 38회, 연세대 경영학과)과 조승아 서기관(행시 49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이 주도하고 있다.
군대로 비유하면, 김강립 대대장과 이형훈 중대장, 조승아 소대장이 5000억원을 투입하는 의료 질 개선 작전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병원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기획조정실장들이 애꿎은 보급부대 중대장을 불러놓고 다른 연대에서 진행 중인 작전을 추궁한 꼴이다.
대형병원 200여곳 평가지표 제출…9월 중 수가 적용
지난 18일 마감된 의료 질 평가 지표 제출에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200여곳이 자료를 전달했다.
보건의료정책과는 제출 자료에 대한 내부 분석을 통해 5월말 병원별 지표 값을 통보하고 정정 신청과 평가결과 산출 및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7월 중 최종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9월부터 의료 질 평가지표를 수가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1000억원과 내년 9월까지 4000억원 등 총 5000억원이 일시에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수가에 녹아 평가지표에 부합하는 병원에게 돌아가는 방식이다.
의료 질 평가지원금은 김강립 정책관과 이형훈 과장, 조승아 서기관(사진 왼쪽부터) 등 보건의료정책과에서 주도하고 있다.
물론 평가지표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보험급여과의 관련 고시 개정이 불가피하다.
결국 의료 질 평가지원금 5000억원은 평가지표를 책임지는 보건의료정책과가 주도하고, 보험급여과는 수가로 거들 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학병원 경영진들이 의료 질 평가지원금 시스템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보건의료정책과가 주도하고 보험급여과는 수가 부문만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의료정책이 건강보험 수가 중심으로 지속돼 왔다는 점에서 기획조정실장들의 실수(?)는 이해하나 보건의료 정책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과거 패턴에 얽매인 대학병원 현실인식과 대관라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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