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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성형외과 프로퍼턴의 시작

박성우
발행날짜: 2016-05-16 11:55:29

인턴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박성우의 '인턴노트'[32]

프로퍼턴의 시작

수술실은 외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큰 창문이 나 있는 입원 병실과 달리 수술실에는 창문이 별로 없다. 창문을 열고 닫을 수도 없는 구조다.

수술은 균상태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감염을 막는 것은 필수다. 한 달 동안의 마취과 일정 중 해를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주간에는 수술실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조그만 창문으로 내려쬐는 땡볕을 보고서야 한여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외부로부터 격리된 수술실은 사계절 내내 서늘한 온도로 유지된다. 한여름에는 이러한 온도와 적정 습도 덕분에 피서지가 따로 없다. 한겨울에는 얇은 수술복 하나만 걸치고 눈이 펑펑 내리는 이질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여름에는 수술실에 있는 게 최고야. 시원하고 끈적거리지도 않고. 이런 피서지가 어디 있어?"

마취과 교수님께 올 여름 휴가 계획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한여름인지도 모르고 보낸 2011년 7월을 끝으로 마취과 생활도 끝났다.

다음 일정은 성형외과였다. 서로 다른 열두 개의 일정 중 가장 중요한 일정이었다. 향후 진로로 성형외과를 강력하게 희망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망하는 과의 인턴은 그 과의 의국 분위기와 수련에 대해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프로퍼 인턴(Proper Intern), 줄여서 '프로퍼턴'이라고 부르는 이 일정은 꼭 한 번 거쳐야 하는 테스트이기도 하다.

인재를 선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 인재를 미리 시험해보고 파악할 수 있는 한 달이기 때문이다.

시험 성적으로는 알 수 없는 요소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체력, 정신력, 실기 능력, 협동력 그리고 의국 문화에 적합한지 등의 요소를 볼 수 있다.

본원에서 힘들기로 악명 높은 곳 중 하나가 성형외과다. 간이식외과 인턴과 성형외과 인턴, 신경외과 인턴, 이 세 일정은 무시무시하다고 선배들이 혀를 내둘렀다. 일주일 동안 잠을 10시간도 못 잤다는 증언들과 성형외과 한 달이 지나니 몸무게가 7킬로그램이 빠졌다는 인턴도 있었다.

성형외과 인턴이 왜 힘든지는 직접 겪어보거나 옆에서 지켜본 사람만이 이해한다.

병원 안에서도 성형외과 의사가 왜 힘드냐며 이해 못하는 간호사들이 꽤 있다. 인턴 수련을 필수적으로 겪는 의사들은 이해한다. 성형외과 인턴은 비단 본원 뿐 아니라 다른 수련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로 고단하다는 것을.

쌍커풀 수술이나 하고 응급 수술도 없을 것 같은 성형외과를 왜 힘들다고 하는 걸까. 각오와 두려움, 기대가 한껏 어우러진 채 마취과 당직이 끝난 새벽 1시에 해부 실습실로 향했다.

도착한 실습실에는 성형외과 전공의 선생님들과 이미 도착한 다른 프로퍼턴 친구가 열심히 '카데바'(의학 연구 및 교육을 위해 기증된 해부 실습용 시체) 실습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한 달간의 고생길이 훤하게 보이던 순간이었다.

[33]편으로 이어집니다.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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