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 검사로 치매·파킨슨을 진단할 수 있을까.'
최근 한의사도 뇌파계로 치매 및 파킨슨을 진단할 수 있다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두고 의학계가 들끓고 있다.
특히 치매·파킨슨을 치료하는 신경과 전문의가 주목하는 부분은 한의사가 뇌파계를 통해 병을 진단했다는 점이다.
한의사가 단순히 진료에 뇌파계를 사용했다면 문제삼을 일이 아니지만 이를 근간으로 병을 진단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본 것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그렇다면 신경과 전문의들은 왜 뇌파계를 활용한 한의사의 치매 및 파킨슨 진단에 대해 우려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진'에 대한 위험성 때문이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치매 및 파킨슨에 대한 진단 기준에 '뇌파'는 포함돼 있지 않다.
치매의 경우 MRI, 혈액검사, 신경심리검사 등 3가지를 기본검사로 실시한다. 애매한 경우 아밀로이드 PET-CT를 통해 진단한다.
신경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치매·파킨슨은 뇌신경 전문가에게 진단, 치료받는 게 좋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분야.
신경과학회 이병철 이사장(한림대성심병원)은 "전 세계의 신경과 전문의가 어떻게 하면 보다 명확한 치매 및 파킨슨 진단법을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재판부가 이런 결정을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진단기준에도 없는 뇌파를 이용해 치매, 파킨슨을 진단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면서 "의사윤리상 이는 엄연한 과잉진료"라고 꼬집었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국내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뇌파를 오남용하는 사례를 최소화하고자 뇌전증정도관리위원회를 통해 교육 및 정도관리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는 상황.
뇌전증 전문가는 이번 판결을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뇌전증학회 홍승봉 회장(삼성서울병원·신경과학회 뇌전증정도관리위원장)은 "재판부가 오진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느냐"라면서 "치매나 파킨슨이 아닌 환자가 해당 약을 복용했을 때 후유증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말하는 뇌파 검사란, 뇌 전체 1/100초 1/1000초 내 신경세포의 활동을 기록하는 것으로 판독이 매우 복잡하고 전문적이다.
그는 "뇌파는 위양성, 위음성이 높은 검사로 이를 근거로 특정 질병을 진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치매 및 파킨슨은 최첨단 검사장비로 진단을 해도 의학적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특이도가 낮은 검사를 비전문가에게 진단하도록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한치매학회 최호진 홍보이사(한양대구리병원)는 "치매나 파킨슨은 종합적인 검사를 기반으로 판단해야 하는 질병"이라면서 "뇌파 검사로 이를 진단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조만간 신경과학회 등 관련 학회를 주축으로 의학계 의견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한의사의 진료 영역 확장 여부를 떠나 의사 윤리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신경과 전문의는 "뇌파 검사를 통해 치매 및 파킨슨을 진단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를 시행하는 것은 수익적 목적 이외 다른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반면 한의계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한의사협회 한 관계자는 "한의사가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지속적인 예후 관찰을 위한 사법부의 판단"이라면서 "복지부도 시대적 흐름을 깨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의협은 이번 판결에 환영하며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중요한 법적근거가 될 것"이라면서 "복지부는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1심판결을 뒤집고 2심에서 패소한 복지부가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결만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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