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무 중 왼쪽 턱 부위에 손으로 덩어리가 만져져 A군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은 이 모 씨. 군의관은 목CT와 도플러 초음파 촬영을 한 후 침샘 질환, 외이도염 및 림프절염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 씨의 증상은 제대 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다시 대형병원을 찾은 이 씨. 그는 '수막종성 뇌수막염' 판정을 받았다.
이 씨는 개두술 및 두개저 종양 제거술을 받아야 했고, 수술 후 왼쪽 상완 마비, 어지럼증, 부분 보행장애, 쉰 목소리 등의 장애를 얻었다.
이 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군병원의 오진을 인정했지만 진단과 장애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2단독(판사 부상준)은 최근 이 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군병원의 오진으로 제대 후에도 환자가 입었을 정신적 피해 보상만 하라고 했다. 손해배상액은 1000만원.
이 씨는 "초음파 및 목CT 결과 뇌관 부위에 2cm 정도 크기의 뇌종양이 발견됐다"며 "반복되는 치료와 투약에도 통증이 개선되지 않았다. 의사로서 종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하거나 정형외과, 신경외과로 전과해 추가 진단을 받게 했어야 한다. 뇌수막종의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 기회를 상실케 했다"고 주장했다.
A군병원은 "CT 해상도가 매우 낮아 뇌수막종을 확인할 수 없었고 초음파 촬영만으로는 뇌수막종 판정이 불가능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병원의 오진을 인정했지만 진단이 늦어 환자가 장애를 얻은 것은 아니라고 봤다. 즉, 제때 진단을 받았더라도 수술 후 장애 발생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목CT에서 뇌종양을 의심할 정도의 많은 가성병변이 관찰됐음에도 의료진은 진료기록지에 목CT 판독 내용을 첨부하지 않은 채 진단했다"며 "해상도가 높은 CT 촬영을 다시하거나 다른 검사방법으로 CT 상 발견된 가성병변이 뇌수막종에 해당하는지를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A군병원 의료진이 뇌수막종을 빨리 진단해 수술이 더 빨리 진행됐더라도 현재 장애는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정도"라며 "병원이 환자에게 나타난 뇌수막종을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나 경과 관찰 및 전원의무 위반의 과실과 이 씨에게 발생한 악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한 약 2년간 이 씨는 원인을 알지 못한 채 고통을 겪으면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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