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전은 부정맥 치료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 변화는 이르면 2~3년 내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9차 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 학술대회(The 9th Asia Pacific Heart Rhythm Society Scientific Session, APHRS) 김영훈 대회장(고대안암병원·심장내과)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학술대회 중 AI 관련 세션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웨어러블, 모바일헬스케어 등의 발전은 심장질환 치료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심장세동 등 심장질환자 상당수가 자신의 질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쳐왔다.
하지만 앞으로 웨어러블 장비 및 모바일 헬스케어의 발전과 더불어 빅데이터를 분석해줄 AI의 발전이 기존의 치료의 한계를 해소시켜줄 전망이다.
김영훈 대회장이 부정맥 분야에 AI접목을 혁신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환자 자신은 인지하지 못했지만)위험한 상태의 환자를 적극적으로 확인, 그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예방적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어 빅데이터를 활용, 유전적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 대해 치료 가이드를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인체 장기 중 가장 세밀하고 정교한 심장에 대한 치료 알고리즘을 통해 정확한 치료부위를 알려줌으로써 의사의 의학적 결정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병소가 아닌 곳을 치료하는 의사의 실수를 줄여줄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과거 사망 이후 뒤늦게 사망 원인을 알게되는 게 아니라 사전에 환자의 상태를 확인, 예방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슈퍼컴퓨터 왓슨을 암 환자 임상에 적용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이날 기자간담회에 자리한 미국 부정맥학회 마이클 골드(Michael R. GOLD)회장은 "미국의 경우도 부정맥 치료에 AI를 접목하는 것에 관심이 높으며 실제로 환자 심박수, 맥박 등을 모니터링 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 부정맥, 심방세동 등 심장질환을 예측 해 예방적 치료 계획을 세우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효과는 아직 만족한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마이클 골드 회장은 "모니터링 정확도는 아직 미흡해 의사의 진료 행태에 변화를 가져올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아직은 관심을 갖고 진행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훈 대회장은 "한국이 의학계에서 AI를 접목하고 연구를 주도하는데 관건은 진입장벽"이라면서 "정부의 지원은 바라지도 않는다. 방해만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의학계 연구에서 뒤쳐지는 이유는 연구자의 역량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장비, 기술을 국내 들여오는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새로운 장비를 신속하게 들여와야 연구를 리드해나갈 수 있는데 늘 한발늦게 들여오다 보니 미국, 유럽이 다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이후에 '해보니 선행연구가 맞더라'라는 식의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정부 규제를 꼬집었다.
한편, 이번 아태부정맥학회는 지난 12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며 50여개 국가 3000여명이 참석 부정맥 질환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최신지견을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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