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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키우자는데…복지부·식약처 ‘미묘한 신경전’

정희석
발행날짜: 2016-10-22 00:36:25

의료기기산업육성법 “컨트롤타워는 복지부 vs 식약처 역할 포함해야”

작고 가늘어 변변하지 못하다. 살림이 보잘것없고 몹시 가난하다.

‘영세하다’의 사전적 의미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영세하다.

기술력이 높지 않고 저부가가치 의료기기를 주로 생산하며 시장규모도 작다.

전문 인력은 물론 자본력 또한 크게 부족해 경쟁력이 높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의료기기산업을 논할 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키워드가 ‘영세성’이다.

국회·정부기관·의료기기업계·학계가 영세한 국내 의료기기산업을 적극 육성하자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이 의료기기산업육성법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는 지난 7월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기기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의료기기산업육성법) 제정 필요성을 알리고 각계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됐다.

의료기기산업육성법은 앞서 2012년 시행된 ‘제약산업육성법’ 뼈대를 고스란히 가져왔다.

대상이 틀릴 뿐 지원 계획은 대부분 같기 때문에 이란성 ‘쌍둥이 법’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기기산업 발전기반 조성을 위해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의료기기산업육성·지원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또 복지부장관 소속으로 의료기기기업 인증 업무 등을 심의하는 의료기기산업육성·지원위원회를 두되 위원회 중 2분의 1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추천 위원이 되도록 구성했다.

‘혁신형 의료기기기업’ 인증제도 포함돼있다.

복지부장관은 의료기기 연구개발 활동과 기술적·경제적 성과가 우수한 의료기기기업을 혁신형 의료기기기업으로 인증토록 한 것.

인증 유효기간은 3년, 최초 인증 이후 3년마다 재평가를 통해 인증 연장이 가능하다.

특히 선정된 혁신형 의료기기기업은 10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우대 ▲조세 감면 ▲연구시설 건축 특례 ▲부담금 면제 등 지원이 이뤄진다.

공청회에 참석한 정부기관·의료기기업계·학계 모두 의료기기산업육성법 제정과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었다.

늦은 만큼 국회에서 하루빨리 법이 통과돼야한다는데 공감했다.

다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복지부와 지원부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간 미묘한 신경전이 오고갔다.

김기선 의원은 “의료기기산업은 기업과 시장규모 모두 영세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며 “정부가 2020년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 도약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말로만 되는 게 아니라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한다”며 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권덕철 실장은 “제약의 경우 종합적인 지원체계가 없다가 제약산업육성법이 생긴 이후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늦었지만 의료기기도 산업육성법이 제정되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의료기기는 복지부가 산업육성을, 식약처가 안전을, 산통부가 연구개발을 지원해왔다”며 “컨트롤타워 없이 부처별로 접근하다보니 제대로 된 종합기획 하에서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기산업육성법이 하루 빨리 국회를 통과해 의료기기산업을 ICT·첨단의료와 결합해 집중 육성함으로써 미래 성장동력이자 먹거리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 신준수 과장은 의료기기산업육성법 제정을 환영하면서도 몇 가지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법 제정이 진행되고 있는 점은 상당히 의미 있고 고무적”이라고 운을 뗀 그는 “의료기기법 자체에도 (산업육성) 지원에 대한 내용이 일부 있지만 부족하기 때문에 (국회가) 별도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기산업육성법과 의료기기법이) 서로 조화롭게 잘 제정이 돼야지 그렇지 않으면 향후 논의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준수 과장은 법 자체에 식약처 역할이 거의 없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식약처가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의료기기산업육성법 내용상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기업체들이 겪고 있는 해외 인허가 획득과 제품 등록, 해외수출 시 기술적 장벽과 정보 부재 등 어려움 해결에 있어 식약처가 상당부분 (정책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의료기기산업육성법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포함되면 좀 더 충실한 법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의료기기산업육성법과 관련해 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식약처 역시 주무부처로 포함돼야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한 주장으로 풀이된다.

신 과장은 또한 “의료기기산업 육성지원은 전체적으로 여러 부처와 관련된 부분이다. 복지부뿐만 아니라 식약처·미래창조과학부·산통부를 포함해 각 부처 간 협력 내용들을 명문화해 실질적인 협력관계 속에서 지원이 이뤄져야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법령 제·개정 시 부처 간 긴밀히 합력하면 좀 더 실제적이면서 조화로운 의료기기산업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신준수 과장 발언에 대한 복지부의 우회적인 반박이 이어졌다.

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 김주영 과장은 “부처 간 협업으로 시너지가 나오는 건 좋은데 (하나의 법에 여러 주무부처가 있으면) 간섭이 나타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화장품의 경우 관련부처가 식약처·복지부 밖에 없어 선택과 집중이 이뤄져 요즘 잘 나가고 있다”며 “물론 (의료기기산업육성을 놓고) 부처 간 협업과 협력이 중요하고 또 좋은 점도 있지만 분명히 간섭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부처 간 협업은 필요하지만 하나의 법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면 간섭이 있을 수 있다”며 “농업 생산·산업육성은 농림부가, 농·식품인허가는 식약처가 하듯이 선수와 심판은 분리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주영 과장은 덧붙여 “복지부가 의료기기 개발단계부터 연구개발·기술사업화는 물론 신의료기술평가(NECA)·보험수가(심평원) 등 의료기기 전반에 걸친 산업지원과 육성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가 의료기기산업육성법 주무기관 역할을 맡겨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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