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본격 시행을 앞둔 설명의무법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표준동의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표준동의서 제작을 검토 중인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의료법상 설명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의사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할 때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설명, 동의를 받아야 하는 내용은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환자에게 설명하는 의사나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의 이름 ▲수술 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수술 등 전후 환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 등이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A씨는 "수혈과 전신마취에 직결돼 있는 진료과가 마취통증의학과"라며 "병원마다 설명동의를 받는 서식이 다른 데다 의원급은 아예 동의서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학회 차원에서 동의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취통증의학회도 일부 회원들의 의견을 듣고 표준동의서 제작을 검토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우선 법 시행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조춘규 법제이사는 "현재 민사소송 판례에 따른 설명의무는 그 내용이 세세해야 한다"며 "의료법 상 설명의무 동의서 내용을 충족하더라도 민사소송 판례에 따른 설명의무를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의료법 상 설명의무법과 판례에서 다뤄지는 설명의무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표준동의서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며 "섣불리 만들었다가는 환자한테 세세한 설명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고려했을 때 '표준'동의서를 만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조 이사는 "수술을 받는 환자가 수혈을 해야 할 때 수혈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환자가 수술을 받으러 내려오면 수혈하는 의사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된다"며 "그럼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와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등 여러명의 의사가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입원하고 있던 환자에게 수혈할 일이 생긴다면, 또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지도 임상에서는 혼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만약 표준동의서를 만든다면 수술, 마취, 수혈 등에 관여하는 의사 이름을 모두 쓰도록 하고 전신마취는 여러 명이 할 수 있기 때문에 2~3명을 지정하는 식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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