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 Oblige)란 말은 사회의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를 말한다. 로마시대의 귀족들이 가졌던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식과 공공을 위한 솔선수범 정신에서 기인한 이 개념은 프랑스어로 노블레스는 '명예', 오블리주는 '의무'를 뜻한다.
제 1,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전통적 명문인 이튼 칼리지 졸업생이 참전하여 2,000명이 전사한 것과 사방 백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으로 나눔을 실천해 19세기 혼란기에도 화를 입지 않은 경주 최 부잣집 등이 오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대표적인 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서울대학교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대부분의 읍 면 단위의 마을에서 누군가가 서울대에 입학하면 무조건 플래카드가 붙고 그 집은 잔치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백남기 농민의 진단서의 사인이 병사에서 외인사로 바뀐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서론이 너무 길었나보다.
서울대학교가 갖는 비중은 의료계에서도 다를 바 없다. 아니 더 클 수도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의료계를 이끌어가는 서울대학교 병원이 과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느냐는 문제에 쉽게 그렇다고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처음 작성된 진단서가 병사라고 기재된 것도 문제가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촛불의 위력으로 시민정권이 들어서자 마자 바로 진단서의 사인을 바꾸는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커녕 대놓고 "나는 정권의 해바라기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밖에 해석이 안된다.
의사는 책에서 배운 대로 환자를 치료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설명을 환자가 이해하는 언어로 해주면 된다. 그것이 권력이 바라는 것과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은 원칙이 아니다.
그런데 그 권력으로부터 달콤한 사탕을 받았다고 해서 원칙이 바뀔 수는 없다. 또 권력이 바뀌었다고 그 전에 한 이야기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어 버리는 것은 권력에 대한 자진 납세(?)가 아닐까?
역사에 유래가 없는 촛불 혁명을 통한 정권의 재창출을 이룬 지금 의료계의 반성은 필수적이다. 전문가 답지 못한 권력지향적 행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이번 기회에 의료계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는 진정한 의료계의 리더 그룹이 탄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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