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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섭다

발행날짜: 2017-11-09 05:00:55
최근 의료계에서 최대의 화두를 꼽는다면 역시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를 빼놓을 수 없다.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지를 목표로 태동한 비대위는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과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기반으로 태동했고 이에 맞춰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상당수 대의원과 회원들이 추 회장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제기했고 그의 행보가 의심(醫心)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며 비대위가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이라는 게 희망을 품은 이유다.

그러나 40여명으로 구성된 비대위의 항로를 지켜본 회원들에게서 그러한 희망이 여전히 남아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비대위는 대의원총회 이후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며 집행부는 물론 시도의사회와의 각종 갈등과 지적에도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미 한달 여동안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입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명연, 인재근 의원실 사무소 앞 항의 집회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각종 성명서를 10여차례 발표하며 여론 몰이를 진행중이다.

또한 9일에는 복지부 서울사무소 앞에서 철야농성을 진행할 계획이며 12월 10일 전국 의사 궐기대회도 앞두고 있다.

비대위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집행부와 다른 비대위의 활동력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행보가 문재인 케어 저지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지에 촉매가 될지는 살펴볼 대목이다.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 전투에 승리의 조건은 명장과 그 명장과 더불어 함께 죽겠다는 군사들의 각오로 펼쳐지는 일격의 반격 뿐이다. 군세가 약한 상황에서 계속해서 벌어지는 국지전은 점점 더 열세를 가속화시키기 때문이다.

30만 수나라 대군을 물리친 살수대첩이 그렇듯 불세출의 명장과 역사에 기록되는 승전들은 모두 그러한 기반 위에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귀어진하겠다는 배수진의 의지와 더불어 상대의 허를 찌르는 묘수외에는 열세를 극복할 방법이 없기 때문. 그렇기에 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합과 신뢰 그리고 보안이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업고 있는 정부에 비해 열세에 놓여있는 의료계에 명장을 고사하고 이러한 배주진의 의지와 묘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비대위는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내놓은 상태다. 국회의원 항의 방문과 과격한 성명서 그리고 여론전에 이어 철야농성, 여기에 사실상 최후의 무기인 궐기대회까지 모두 내보인 상태.

특히 최근 몇차례 진행된 집회에는 불과 수십명의 의사들만이 자리에 함께 하면서 동귀어진하겠다는 단합된 의지가 없다는 것도 충분히 검증 시켜줬다.

여기에 수장급 장수들의 분란으로 인해 중추적인 장수가 직접 나서 적군에게 휴전 의사를 먼저 전하면서 이미 배수진의 각오와 의지가 없다는 것도 만천하에 알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적의 군세와 전략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쓸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명장과 배수진의 의지, 동귀어진의 각오, 묘수가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을 스스로 나서 공개한 셈이다.

아군 진영에서조차 이대로 가도 되겠냐는 의구심이 피어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군사들은 아무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장수들이 각자 마구 말을 몰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칼은 칼집에 있을때 더욱 무섭다고 했다. 이미 장군들이 나서 창칼과 단검, 표창에 백기까지 전부 던져버린 상황에서 과연 정부가 결사 항전하겠다는 의료계의 엄포를 믿어줄지 의문이다.

그렇기에 최후의 보루이자 마지막 총력전인 전국 의사 궐기대회는 비대위가 공언한 대로 3만명의 대군이 모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이 전쟁은 결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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