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한의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전인수 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위원장 김상훈)는 지난 9일 보건복지부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진행하면서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 예산으로 7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그러면서 한의약 해외환자 유치지원 예산 11억원은 전액 삭감했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눈에 띈다.
국회는 한의약 해외환자 유치지원은 임상적 검증을 통한 과학화 및 표준화가 이뤄지지 못해서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야 의원들은 8개 지자체에 한의약 난임치료사업을 지원하고 정책개발 및 지원을 수행하고 있고, 복지부 연구에서 한의약 난임시술 지원 필요성이 확인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방난임치료 사업 예산의 증액을 요구했다.
임상적 검증을 통한 과학화 및 표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하면서 해외환자 유치 지원은 안 되고 한방 난임치료사업은 된다? 이게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한방난임치료는 과학화 및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또, 여야가 밝힌 한방 난임치료 사업 지원의 이유 중 하나가 '복지부 연구에서 한의약 난임시술 지원 필요성이 확인됐다'는 것인데, 엄연한 의료의 영역인 만큼 예산을 지원하겠다면 '시술 지원 필요성 확인'에 앞서 '시술 지원의 임상적, 과학적 근거 확인'이 우선 아닌가.
이번 국회의 한의약 관련 예산을 바라보면서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국회의원에게 해외환자 유치와 난임치료 사업 중 어느 것이 표심을 흔들기에 좋겠나. 답은 뻔하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면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돼야 맞지, 왜 굳이 한방 난임치료사업에만 예산을 신규 편성했겠나."
그럴싸한 추론이다. 표심을 쫒는 것이 정치인의 기본적 소양(?)이라는 점에서 공감가는 말이다.
그런데 국회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어렵고 어려운 것이 고령 난임여성의 임신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특히 난임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의사에 따르면 만 31~32세 등 젊은 여성에서는 정상적인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난자가 90% 가까이 나온다.
그러나 만 36세 정도에서는 50% 정도로 떨어지고 만 40세쯤 되면 20%, 만 42세가 되면 약 10%, 만 45세가 넘어가면 정상적인 염색체를 가진 난자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고령 여성의 임신 성공률을 높이려면 과배란을 하도록 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하나의 정상적 난자보다 서너개가 있으면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과연 국회는 한방치료를 통해 과배란이 확인된 임상적,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하지만 아이를 원하는 절실함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현대 사회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난임부부뿐 아니라 국가적인 과제인 것이다. 더구나 국가적 과제를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하면서 근거는 당연한 필요조건이다.
의료지원사업을 과학적 근거없이 추진한다면 포퓰리즘에 눈이 멀어 직무를 유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당일 국회 테이블에 관련 근거가 올라와 있었는지는 물음표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한방난임치료에 대해 많은 우려를 안고 있고 또 묻고 있다.
한방난임치료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이며, 많은 임상에서 표준화가 검증된 것인지. 단지 '한방'이기 때문에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난임부부의 소중한 기회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묻고 있는 것이다.
만일 한방 난임치료가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고 상당한 임상을 통해 표준화가 검증됐다면 많은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올해 2월, 부산시한의사회는 부산비즈니스호텔에서 부산시와 함께 진행한 '2016년도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사업 결과'를 보고했다.
이날 부산시한의사회는 참가자 중 22%가 한방치료를 통해 임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과연 22%의 임신성공률은 자연임신일까 한약의 효과일까.
부산시한의사회는 "어떤 연구결과나 한약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난임부부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것이 국회가 한방 난임치료 예산 신규 편성의 근거로 제시한 지자체의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주소다.
난임부부, 특히 고령산모에게 임신의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아이를 갖고 싶은 절실함이 표심을 쫒는 간절함보다 작을까.
진실로 난임부부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저출산 극복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충실하겠다면 과학적 임상적으로 검증된 난임치료에 전향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국회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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