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酒)종과 음주자의 주취후 감정적 반응이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는 대규모 보건 조사결과가 나왔다.
보드카나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가 맥주나 와인 등의 다른 주종보다 부정적인 감정반응을 끌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약 30%의 응답자가 증류주를 마셨을때 공격적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답한 것.
연말시즌 송년회 등으로 술자리가 잦아지는 가운데, 영국 국립보건원(NHS)이 약 3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설문조사는 최근 학계지에 발표되며 눈길을 끌었다. 해당 결과는 국제 의료학술지인 BMJ 11월2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번 조사결과는 마신 술의 양을 평가척도로 잡은 결과는 아니었지만, 주종에 따른 감정반응을 파악했다는 데 이전 연구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술을 마시면 전두엽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돼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성적,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높아진다"면서 "평소 제한하고 있던 여러 욕구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는데, 긍정적으로 나타나면 문제가 없지만 부정적으로 나타날 경우 싸움이나 다툼, 심하면 범죄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긍정적 감정VS부정적 감정…주종에 따라 감정반응 다양
주저자인 영국 국립보건원(NHS) 캐스린 애쉬턴(Kathryn Ashton) 정책연구원은 "응답자 중 과음자들이나 알코올 의존증 성향을 보이는 경우, 알코올의 진정작용에 내성이 생기는 것을 비롯해 음주에 따른 특정 감정이 증폭되는 상관성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는 마약 사용자의 행동양식 등을 전반적으로 분석하는 GDS(Global Drug Survey)를 이용해 11개국, 18세부터 34세까지의 성인 2만9836명에서 소비하는 술의 종류에 따른 감정양상과 관련해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알코올의 도수를 높인 증류주,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맥주 등이 대표적 주종으로 정해졌고, 음주 후 나타나는 감정반응은 두 가지로 구분했다.
활기차거나 자신감, 성적 흥분, 이완된 감정 상태 등은 '긍정적인 감정(positive emotions)'으로, 기분이 쳐지거나 가만히 있질 못하는 경우, 울음과 공격적인 성향 등은 '부정적인 감정(negative emotions)'으로 분류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일단 응답자의 절반 이상에서 증류주를 마셨을때 활기(58.4%), 자신감(59.1%), 성적으로 흥분된 상태(42.4%) 등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증류주에서는 다른 주종보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흔하게 나타났다. 약 30%의 응답자가 증류주를 마셨을때 공격성과 관련성을 보인 것이다.
이외 레드와인의 경우에는 52.8%의 응답자가 음주 후 편안한 감정을 느꼈지만, 피곤한 감정을 느끼는 비율이 60.1%로 다른 주종보다 높게 나타났다. 맥주 역시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에서는 와인과 비슷하게 편안한 감정반응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과음자의 경우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빈도가 잦았으며 특히 공격성을 보고한 비율이 6배 이상 높았다.
한편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양상은 국가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남미지역이나 브라질 등에서는 주종에 따라 긍정적인 감정 반응들이 높게 나타났으며, 공격성은 노르웨이에서, 프랑스에서는 피곤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국가별 모집단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지역이나 집단에 대표성은 적다고 전제"하면서 "무엇보다 이번 조사는 주종에 따른 감정을 분석한 것으로 술의 양을 반영하지 못했고, 음주 전 술자리의 분위기 등 다양한 영향요인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향후 연구에서는 주취자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만한 요인들을 고려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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