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마주한 김 교수는, 해당 환자의 경우 심장혈관 세 가닥의 벽이 닿아 있었지만 스텐트 삽입술이나 관상동맥 수술을 고려하기에는 아직 젊다고 판단을 내렸다.
결국 생활습관 개선과 더불어 약물치료를 결정했다. 이때 환자에 사용할 약물은 아스피린을 비롯해 스타틴, 베타차단제(BB), 칼슘채널차단제(CCB),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등 총 5가지 약물이 처방 리스트에 올랐다.
그런데 매번 다섯가지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에게는, 복약순응도가 치료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또 약물을 줄여달라는 환자의 요청도 컸다. 아스피린은 무조건 써야 했고 콜레스테롤 강하를 위해서는 스타틴을 사용해야만 했다.
김 교수는 고민 끝에 국내외 가이드라인 토대로 해당 환자에 증상 완화를 위해서는 ARB보다 CCB를 선택하는 게 낫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어 복약순응도를 고려해 스타틴과 CCB를 합한 복합제를 처방했고, 이후 환자의 순응도도 좋아졌다. 8년 뒤 환자 추적 결과 역시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상은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안정형 협심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대학병원 의료진의 자문을 받아 재구성한 스토리다.
실제 협심증 환자에 동반되는 질환 중에는 이상지질혈증과 고혈압이 가장 높은 빈도로 꼽힌다.
특히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이들 심혈관질환(CVD)으로 인한 돌연사 발생률이 급증하게 되는 상황. 그렇다면 이들 협심증 환자가 고지혈증, 고혈압 질환을 동반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약물 치료 옵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들 환자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약제로는 CCB 기반의 스타틴 복합제가 '혈관 확장 효과'를 앞세워 많은 임상 데이터를 쌓고 있다. 이 가운데 처음으로 두 가지 오리지널 약제를 합쳐 놓은게 복합제 카듀엣(암로디핀+아토르바스타틴)이다.
카듀엣은 CCB계열 고혈압약 노바스크(암로디핀 베실산염)와 고지혈증약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 복합제로, ARB+스타틴 복합제들이 대거 진입한 시장에서 협심증 카드를 꺼내들며 주목을 받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이종영 교수를 만나 국내외 가이드라인 권고사항 및 진료 현장을 바탕으로, 협심증 환자의 약물 치료에 주요 고려 사항들을 들어봤다.
겨울철에는 유독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돌연사 이슈가 많다. 그 중 발생 빈도가 높은 질환들을 꼽아 본다면?
-날씨가 추워지면 협심증이 어느 날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진행한다. 진행 빈도가 가장 많을 때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다. CV질환은 크게 협심증과 심근경색으로 나눌 수 있다. 협심증은 안정형, 불안정형과 더불어 변이 형태의 이형협심증이 있다. 심근경색은 ST 분절 상승 심근경색과 ST 분절 비상승 심근경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략 우리나라에서 35만명의 환자가 CV질환으로 진단받는다. 유병률만 놓고 보면, 안정형 협심증이 가장 많은데, 우리나라에서 1년에 20~25만명 정도, 심근경색의 경우 1년에 5만명 정도 새롭게 진단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인에서 주요 위험인자는 무엇인가?
-한국인에 국한해 따로 분석한 연구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CV 질환을 일으키는 가장 주요한 인자는 나이,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흡연, 가족력 등이 있다. 나이와 가족력은 노력한다고 위험을 회피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외의 위험인자들을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
협심증 환자 중에서 가장 많이 동반되는 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나.
-고지혈증은 통상적으로 50~70%, 고혈압 50%, 당뇨병 30% 정도 동반되며 협심증 환자의 흡연율은 데이터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40%로 추정된다. 또 안정형 협심증 환자 중 63.5%에서 고혈압이 동반되고, 70.8%에서 스타틴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심혈관 질환의 원인인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은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함께 조절할 때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협심증 환자가 고지혈증, 고혈압 질환을 동반할 경우 어떤 치료전략을 고려하는가.
-생활습관 개선요법이 첫 번째이며, 다음이 약물치료다. 생활 개선요법에 약물 치료를 병행해서 환자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낮은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 목적이다.
약물 치료의 경우, 가능한 약물 요법을 동원해 고혈압의 경우 적어도 130/80mmHg, 고지혈증의 경우 CV질환이 있을 시 LDL 콜레스테롤 70mg/dL미만, 최근에는 55mg/dL미만까지 낮추라고 되어있다. 이를 위해 한 가지 약제나 저용량을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고혈압 혹은 고지혈증 치료를 위해 용량을 세게 쓰거나 한 가지 약이 아닌 다른 종류의 약을 병용하는 전략을 많이 쓰고 있다.
CV 질환 관리전략에서 주요 위험인자인 고혈압의 약물 옵션 중, CCB와 ARB 계열 약제의 차별점이 궁금하다.
-최근 발표한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의 고혈압 진료지침에 따르면 베타차단제(Beta Blockers, BB)가 2차 처방 약제로 빠졌다. 결국 남는 건 칼슘채널차단제(CCB),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인데, 순수하게 혈압강하 효과만 놓고 보면 CCB가 ARB 보다 더 우월하다고 본다.
최근에는 두 가지 질환을 하나의 약제로 조절할 수 있는 복합제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복약순응도와 약제비가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다.
문제가 되는 협심증 환자에 있어 ARB 복합제와 CCB 복합제 중에 우선 권고되는 것은 무엇인가?
-현재는 선택의 문제다. 그렇지만 CV 질환 환자에서 유념해야 할 J-curve 현상을 생각해볼 때, 아무래도 CCB가 혈관 확장 효과가 있다보니 똑같이 이완기혈압이 60mmHg이라고 했을 때 ARB보다 CCB가 조금 더 심근에 혈류 공급이 많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겠다.
심혈관 자체에 피가 공급되는 가설만 생각해보면 ARB보다는 CCB나 BB가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은데, 현재 BB는 1차 치료약제에서 제외되었다. CCB가 첫 번째 권고 약물이 되는 셈인데 CCB만으로도 충분히 혈압 강하 효과에 따른 증상 개선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본심장학회의 변이형 협심증 환자가이드라인에서는 암로디핀을 포함한 CCB가 1차 약제로 우선권고되는 상황이다.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복합제 시장에는 제네릭이 많이 진입해 있다. 약물 선택 기준이 따로 있으신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급성기 스텐트 시술 후 1년 사이에는 임상 근거가 풍부한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의료진도 있다.
진료 현장에서 협심증 환자에 약물을 처방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들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스텐트를 넣은 환자의 경우, 1년 안에 5가지 정도의 약을 처방하게 된다. 1년 후 약을 줄이는 시점이 오면 약을 최소로 쓴다. 시중에 나와있는 ARB/스타틴 복합제의 경우 사용하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ARB/스타틴 복합제가 단순 고혈압, 단순 고지혈증 환자의 경우에는 좋은데 심혈관질환(안정형 협심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CCB/스타틴이 혈관 확장 효과와 더불어 데이터도 많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협심증 환자는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흉통을 호소하는데, 경험적으로는 혈관확장을 통한 증상 완화를 노리고 CCB를 쓴다. 그런 경우 CCB만으로 혈관확장 효과가 있는데, 환자가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했을 때 약을 두 가지 합쳐 하나만 주면 증상도 좋아지고 환자의 부담도 덜어준다.
결국에는 약의 가짓수를 줄여주는 것, 환자마다 적합한 약물을 처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CCB/스타틴 복합제가 ARB/스타틴 복합제보다 종류가 훨씬 적음에도 불과하고 혈압과 협심증 두 가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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