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등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도 결국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 도입이 확정되면서 일선 의사들이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환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병명과 마약류 사용량을 그대로 입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혹여 정신과의 문턱이 높아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 강한 형사처벌 조항도 부담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이상훈 회장은 25일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는 5월 18일부터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하기로 했다"며 "정신과 의사들의 행정적, 정신적 부담이 말도 못할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만약 하나라도 실수하면 곧바로 형사처벌은 물론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진다는 점에서 의사회에서도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의지가 있지만 법안으로 진행되는 일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이란 마약류 취급자가 마약류를 구입, 사용, 폐기, 조제, 투약할 경우 이에 대한 모든 취급 정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하도록 의무화 하는 법안이다.
이에 따라 향정신성의약품을 구입, 조제, 투약하게 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처방이 이뤄질 때마다 식약처에 이를 보고하는 의무가 생긴 셈이다.
이 회장은 "그나마 의원에서 일일히 구입하고 사용할 때마다 바코드를 찍어야 하는 상황에서 사용량을 매달 10일 신고하는 방안으로 완화되기는 했지만 부담감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청구 프로그램과 연동해 바로바로 사용량 등을 체크하는 방안을 요구했지만 이 또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연동이 가능해지면 일일히 장부에 마약류에 관한 내용을 기입하고 서류를 내야 하는 복잡함이 없어지지만 의사마다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이들 모두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다.
이상훈 회장은 "그나마 약사들은 복약지도료, 조제료 등으로 보상이 가능하지만 일선 의료기관은 향정신성의약품 관리에 대한 수가가 전무하다"며 "보상은 없이 행정적, 형사적 부담만 크게 높아진다는 의미"라고 토로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는 혹여 이 시스템이 가뜩이나 높은 정신과의 문턱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정신과 내원 사실을 감추고 싶어 하는 환자가 많다는 점에서 향정신성의약품 처방 정보를 고스란히 신고해야 하는 것에 대해 환자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아직도 사회적인 편견으로 인해 정신과에 내원하고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으려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시스템이 도입되면 이들 모두의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점에서 정신과의 문턱이 더욱 높아지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또한 최근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보 유출 사례도 있듯 환자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병명, 투약한 마약류까지 개인의료정보가 한번에 수집되는 것에도 우려가 크다"며 "마약류의 오남용이나 불법 유통을 막고자 하는 것이라면 굳이 병명까지 넣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입법 취지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 특수성과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편견, 사회적 차별과 불이익을 고려할 때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은 우려가 많은 제도라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법안의 취지를 살려 마약류 관리를 위한 것이라면 그 외에 생겨날 수 있는 문제와 우려들은 해소하고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서둘러 법안을 강행하기 보다는 이러한 행정적, 형사적 부담과 정보 유출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며 연착륙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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