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참여를 방해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법정 다툼에서 이겼다.
의사회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공동 이익을 위해 설립된 단체인만큼 충분히 예측가능한 행동이고 의사회가 회원에게 정부 사업 취소 요구를 했더라도 그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김우진)는 최근 소청과의사회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소청과의사회가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참여를 방해했다며 시정조치 및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소청과의사회를 검찰에 고발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취소 요구, 징계방침 통지, 온라인 커뮤니티 '페드넷' 접속제한 등의 방법으로 병원들의 사업 참여를 방해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실제로 소청과의사회는 자체적으로 '달빛병원사업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4개 병원을 방문해 달빛병원사업 지정취소 신청을 요구했다. 이에 2개 병원은 달빛병원사업 지정취소 신청을 했고 나머지 2개 병원은 응하지 않았다.
또 달빛병원사업에 참여하면 회원 자격정지, 고발 및 행정처분 의뢰 경고 및 시정지시 등의 징계를 내리기로 하고 관련 공문을 8개 병원의 28명에게 우편 발송했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페드넷'의 이용을 제한하는가 하면 달빛병원 사업 참여 병원 등의 이름을 수차례에 걸쳐 공개했다. 소청과의사회 주최 연수강좌에도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소청과의사회는 공정위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달빛병원 지정취소신청 병원은 각자 경영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며 "불참을 강제한 것이라 볼 수 없다. 징계방침안을 통지한 것은 사업에 참여하는 병원과 나머지 구성원 사이 분열을 중재하고 사업 참여 경위에 관한 소명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소청과의사회의 제제가 의료서비스 가격, 수량, 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없었고 제한행위 후에도 달빛병원 수가 오히려 증가하는 등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법원은 소청과의사회 손을 들어줬다. 소청과의사회의 제한 행위에도 불구하고 달빛병원사업 참여 병원은 2017년 5월 기준 19곳으로 사업 초기보다 10곳이 더 늘었다.
재판부는 "사업참여자가 의사회의 반대에 따라 일정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운영현황 등에 비춰 병원들이 각자의 경영사정과 의료시장 상황을 고려함 없이 달빛병원사업 참여 여부를 사실상 결정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페드넷 이용제한 등 행위와 연수행사 참여 제한 행위가 계속 유지되고 있더라도 사업에 참여했거나 참여가 가능한 중대형 병원의 병원장에게 사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제 정도에 이른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달빛병원 사업에 참여한 병원들이 소청과의사회 주관 연수강좌를 통하지 않더라도 의료법상 보수교육 이수의무를 이행하는데 큰 영향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페드넷 이용이 소청과 전문의로서 의료기관 운영에 필수적이거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소청과의사회 설립 목적을 본다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제제였다고 봤다.
재판부는 "소청과의사회는 소청과 전문의의 공동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이므로 목적 달성을 위해 의사를 표현하고 구성사업자의 사업활동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 어느정도 예정돼 있었다"며 "제제 행위는 집단적 의사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회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수단이 달빛병원 사업 참여 병원을 강제할 정도에 이르지 않고 전체적인 의료수가 인상, 진료시간 제한, 의료서비스 품질 저하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면 공정거래법이 규율하는 경쟁제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달빛병원 사업이 장기적으로 1차 의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달빛병원사업은 단기적으로 소청과 환자에 대한 야간진료시간이 확대될 수는 있지만 소청과 환자가 중대형 병원으로 이동하면 다수의 소규모 소청과 병원 수가 줄어들어 오히려 장기적으로 1차 의료기관을 통한 의료서비스 제한, 품질저하 등이 발생해 사업 참여자들의 상호 경쟁 토대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달빛병원 사업 시행으로 인한 야간진료시간 표면적 증가만을 고려했을 뿐 의료시장의 경쟁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지 않고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소청과의사회의 제한 행위 강제성 정도, 행위의 주된 목적, 경쟁제한성 등을 종합하면 달빛병원 사업 참여 병원의 사업내용이나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해 구성사업자 사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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