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입수한 지난 8일 의료기기공급내역보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록 일부 내용.
의료기기 UDI 시스템(의료기기통합정보시스템) 시범사업을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에서 ‘공급금액·공급단가’ 등 공급내역보고를 둘러싼 업계와 정부기관 간 갈등양상이 벌어질 조짐이다.
더욱이 최악의 경우 의료기기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설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이하 협회)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이하 조합) 대한치과기재산업협회 대한의료기기판매협회가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기공급내역보고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8일 조합에서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조합 담당자만 참석한 이 자리에서 비대위는 식약처가 입법예고한 ‘의료기기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내용을 공유하고, 공동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본지가 입수한 8일 회의록에 따르면, 협회와 조합은 의료기기 UDI 공급내역을 통해 공급금액·공급단가를 보고토록 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4개 단체 입장을 정리해 그 결과에 따라 대정부 공동대응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식약처가 지난달 31일 입법예고한 일부개정령(안)을 살펴보면, 제54조의4(공급내역 보고 등) 제1항에 따라 의료기기제조·수입·판매·임대업자는 의료기관 및 판매·임대업자에게 의료기기를 공급한 경우 해당 공급내역을 다음 달 말일까지 식약처장에게 보고해야한다.
즉, 공급내역보고는 예외 대상 없이 모두 이행해야 한다.
다만 제1항 단서조항을 통해 ▲요양급여 대상 치료재료가 아닌 의료기기를 공급하는 경우 ▲의료기기판매·임대업자가 판매·임대업자에게 요양급여 대상 치료재료에 해당하는 의료기기를 공급하는 경우 공급금액·단가를 기재하지 않고 공급내역을 보고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제2항은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식약처장은 복지부장관 요청이 있을 경우 의료기기 판매·임대업자에게 요양급여 대상 치료재료 공급금액·단가를 포함해 공급내역을 보고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판매·임대업자는 해당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공급금액·단가가 포함된 공급내역을 식약처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밖에 별지 제48호의2서식 신설을 통해 공급내역보고 20개 항목을 신설됐고, 공급금액·단가의 경우 의료기기 판매 시 발행하는 거래명세서 단위별로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금액을 적는 것으로 작성방법을 규정했다.
비대위는 이와 관련해 정부가 업계 요청사항을 상당부분 수용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제54조의4 제1항 단서에 따라 판매·임대업자는 의료기관을 제외한 판매·임대업자에게 공급하는 경우 공급금액·단가를 기재하지 않고 공급내역 보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제54조의4 제2항에 따라 복지부장관 요청이 있을 경우 공급금액·단가를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업계가 지속적으로 주장한 ‘공급가격 제외’ 요청은 수용되지 않았다는 것.
따라서 협회·조합은 4개 단체 대응방향을 논의하고 제도개선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먼저 의료기기제조·수입업자가 판매·임대업자에게 요양급여 대상 치료재료를 공급하는 경우에도 공급금액·단가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단서문구’를 추가하는 한편 의료기관에 최종 공급하는 업자만이 공급금액·단가를 기재토록 하는 수정안 제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제54조의4 제2항 단서조항을 전체 삭제하고, 복지부장관 필요에 의한 공급금액·단가 조사는 복지부 고시 ‘약제 및 치료재료 비용에 대한 결정기준’에 따른 사후관리 기능을 활용토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대위는 이를 위해 의료기기 4개 단체가 회원사 대상 공동설명회 개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단체장 간담회 및 추가 실무진 회의 개최여부를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또 일부개정령(안) 관련 단체별 검토의견과 수정안을 오는 20일까지 회신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식약처·복지부의 부정적인 시각을 고려해 식약처에 공식설명회 개최를 요청하고 입법예고 내용에 대한 단체별 공문 발송과 메일링을 통한 세부내용을 안내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회원사 의견을 토대로 법무법인을 통한 법적대응 추진 여부와 해당 비용분배 방안과 관련해 4개 단체 입장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비대위 움직임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료기기단체 한 관계자는 “업계는 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공급금액·단가보고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제도개선을 요청해왔다”며 “하지만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보면 업계 의견을 수용한 것이 별로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품 공급가격은 엄연히 기업 영업비밀”이라며 “정부가 유통 투명화를 이유로 공급금액·단가보고를 통해 치료재료 가격인하를 위한 실거래가·원가조사에 활용하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대위 활동을 지지하고 나섰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의료기기업체 한 임원은 “의료기기통합정보시스템은 의료기기 생산부터 유통까지 추적관리를 통해 환자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제조·수입·판매·임대 등 각 주체별로 공급금액·단가보고를 통해 유통 투명화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계가 정부를 상대로 법무법인을 통한 법적대응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분위기에 역행하는 동시에 전혀 도움 될 게 없는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며 “비대위의 법적대응 논의가 각 단체 회원사들로부터 얼마나 공감을 이끌어낼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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