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치료에 해양·산림 같은 자연치유자원을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 질병예방·재활치료·건강증진을 돕는 유럽 ‘휴양의학’이 국내 의사들에게 새로운 개원형태와 수익창출 모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휴양의학은 만성질환자들이 자연환경이 잘 갖춰진 곳에서 숙박시설 ‘메디텔’에 체류해 의료서비스를 받는 동시에 해양 또는 산림과 같은 자연치유자원을 활용한 보조적 치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때 보조적 치료는 해수, 심층수, 해풍, 머드, 모래 등 다양한 해양치유자원을 활용한다.
휴양의학은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으며, 최근 일본이 유사한 개념을 도입했다.
이 가운데 독일은 약 100년 전부터 휴양의학(Kur Medicine)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390곳에 달하는 휴양의학 '메디텔'(Meditel)은 의료서비스와 병행해 해양·산림과 같은 자연자원을 활용한 보조적 치료를 제공한다.
특히 고려대의대 이성재(통합의학교실) 해양치유산업연구단장은 해양수산부 지원을 받아 해양치유 가능자원 발굴 및 산업화를 위한 실용화 연구사업을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는 ▲충청남도 태안군 ▲전라남도 완도군 ▲경상남도 고성군 ▲경상북도 울진군 등 4곳을 선정하고 한국형 해양휴양의학 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선천성 심장질환을 전공한 그는 20년간 독일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며 부정맥 등 인터벤션 시술을 시행했다.
이 단장에 따르면, 휴양의학은 의학적 치료뿐만 아니라 기후가 양호한 지역에서 해양·산림 같은 자연치유효과를 결합하고 다양한 웰니스 등 프로그램을 접목해 환자들이 일정기간 휴양을 하며 질병예방·재활치료·건강증진을 돕는 것을 말한다.
독일에서 휴양의학을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의료기관과 호텔·펜션·리조트와 같은 숙박시설을 동시에 운영한다.
이는 국내에서 2013년 12월 13일 제4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공식 허용된 의료와 숙박시설을 겸하는 메디텔(Meditel)과 일견 유사한 운영형태다.
당시 메디텔은 성형이나 미용을 위해 한국을 찾는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한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허용됐으며, 의료민영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 휴양의학 메디텔은 한국과 엄연한 차이점이 있다.
독일의 경우 메디텔 설립 조건은 규정상 최소한 1명 이상 의사를 두게끔 돼 있다.
또 설립 주체는 의사(의료법인)와 호텔업(숙박업)자 모두 가능하다.
다만 호텔업자는 의사를 채용해야 설립할 수 있다.
이성재 단장은 “한국에서의 메디텔은 성형·미용 등 의료관광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만든 호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독일 휴양의학의 경우 ‘보건관광’ 개념으로 만성질환자들이 일정기간 체류하면서 휴양을 하게끔 만들고 의사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 휴양의학 메디텔을 찾는 만성질환자들은 ▲근골격계 ▲호흡기 ▲순환기 ▲정신건강 ▲피부질환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또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환자와 전액본인부담 환자 비율이 기관별 차이는 있지만 대략 7:3 정도”라고 덧붙였다.
특히 휴양의학 메디텔 이용자는 의사가 처방전을 써주고 이를 건강보험공단이 인정해준 경우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급여적용 시 메디텔 1일 이용료 본인부담금은 10유로(약1만3000원)에 불과하다.
반면 의사 처방전이 없거나 또는 공단이 처방전을 인정해주지 않아 전액 자비용 또는 사보험으로 이용하면 1일 본인부담금은 139유로(약 18만원)에 달한다.
언뜻 휴양의학은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사치의학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독일 정부가 휴양의학 메디텔 이용 환자들에게 요양급여를 해주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바로 의료비 절감효과 때문이다.
최근 독일 연구결과에 따르면, 휴양의학을 통한 한 해 의료비 절감효과는 4조원에 달한다.
과거보다 엄격해지긴 했어도 여전히 독일 정부와 민간보험사가 휴양의학 메디텔 이용자들에게 급여와 보험금 지급을 해주는 이유다.
이성재 단장은 “독일 전역 약 390곳에 달하는 메디텔은 전체 연간 매출액이 약 35조원, 직간접 종사자가 4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때문에 독일 연방공화국은 산업적 측면에서의 시장성을 중시해 현재 ‘Innovation Gesundheitstourism 4.0’(혁신 보건관광 4.0)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휴양의학과 보건관광, 바이오 및 관련 산업을 연계하는 헬스케어산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휴양의학 메디텔은 한국의 건강보험재정, 보건의료제도, 병원 비영리법인화 등을 고려할 때 국내 도입에 적지 않은 한계점이 있다.
다만 2013년 통과된 메디텔 관련법이 있는 만큼 의사가 독일 형태 메디텔을 설립해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수가를 받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독일처럼 메디텔 숙박료까지 병원 입원실 개념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받기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고려대의대 이성재 해양치유산업연구단장은 “국내 현실에서 독일 휴양의학 메디텔 도입은 적지 않은 제한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한국적 현실에 맞게 도입한다면 중대형병원뿐만 아니라 날로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개원의에게도 새로운 개업형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독일 사례에 비춰볼 때 국내에서도 휴양의학은 의료분야 신산업으로 보건경제 및 전문인력 양성, 일자리 창출, 어촌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려대의대 해양치유산업연구단은 K-HOSPITAL FAIR 2018 기간인 오는 9일(목)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코엑스 3층 세미나실 300호에서 ‘개원, 병원의 색다른 창업-유럽 휴양의학’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해 유럽 휴양의학 운영사례와 한국적 운영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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