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여러 가지 원인으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살아가기가 쉽지 않아졌다. 포지션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변화하는 의료현실 속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현실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고민했다.
여전히 좋지 않은 의료여건 속에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동네의원 경영악화 등은 곧바로 가정의학과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것.
이 같은 내용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년 일차의료‧가정의학회 춘계학술대회 '가정의학의 위기와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나왔다.
강연을 맡은 울산의대 선우성 교수는 불분명한 일차진료의 범위로 인해 가정의학과의 설자리도 모호해 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선우 교수는 "가정의학과는 단골의사, 건강할 때도 그 사람의 건강을 지켜주는 등의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런 의사를 교육하고자 노력했다"며 "하지만 미국식 레지던트 시스템에 한국 개업시스템이 혼합돼 명확한 경계 없이 모든 과가 일차의료를 표방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과가 3년으로 수련을 단축하며 2020년 전문의 시험이후 3년과 4년을 수련한 전문의가 한 번에 나오게 된다"며 "수련 단축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미치게 되고 가정의학과 전문의 친구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특히, 선우 교수는 젊은 의사들이 가정의학과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에서도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우 교수가 공개한 의대생커뮤니티의 설문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수련과정이 편한 과(6위) ▲수련 삶의 질(7위) 수련 후 자리 잡기 유리한 과(11위) ▲자유롭게 선택할 기회가 있다면 선하는 과(12위) 등의 질문에는 전체 26개 과중 중상위층에 위치했다.
반면, '타과의 침범을 받지 않는 전문성이 더 있는 과'의 전문성을 물어보는 질문에는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으며, 수입을 기대하는 항목 또한 앞선 질문보다 낮게 위치해 위기로 젊은 의사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미 전공의 선발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나타나고 있고 타과 전문의를 통해 수련을 한다는 점에서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며 "개원가의 어려 움에 일차진료의 인기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학회가 이를 위기로 보고 내부에서 학부 교육부터 스킨십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회와 개원의사와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반성이 필요하다고 언급됐다.
그는 "가정의학과가 개원의를 주로 키워내는 과임을 봤을 때 현 상태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전부터 학회와 개원의와의 거리감을 언급됐었지만 함께 논의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세미나에서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이하 만관제)에 대한 선우 교수의 의견.
그는 만관제가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새롭게 무엇을 하는 게 아니라 이미 하던 것을 하는 것인 만큼 의협이 반대한다고 해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반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커뮤니티케어 개입 가정의학 역할 천지차이 될 것"
한편, 가정의학과 위기의 대응방안으로 커뮤니티케어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가정의학과의 포지션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귀포의료원 김상길 의료원장은 "가정의학과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젊은 의사에게 비전을 제시해야한다"며 "정부가 커뮤니티케어와 일차진료 강화 등을 정확하게 밝힌 만큼 이를 통해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가정의학과 춘계학술대회는 ▲커뮤니티케어의 이해 ▲지역사회로 찾아가는 일차의료 ▲커뮤니티케어와 일차의료에서의 노쇠 진단 및 관리 등 매일 커뮤니티케어와 관련된 프로그램에 시간을 할애하는 모습을 보여 가정의학회가 커뮤니티케어를 바라보는 시각을 느낄 수 있었다.
김 의료원장은 이어 "커뮤니티케어의 한국형 모델은 어떻데 될지 모르고 초기 모델과정에서 가정의학과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하는가에 따라 역할은 천지차이가 될 것"이라며 "가정의학과 위기의 대응방안은 새로 출범하는 커뮤니티케어 서비스에 적극적 참여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즉, 정부가 커뮤니티케어 등 추진하는 상황에서 일차의료가 주 무대인 가정의학과가 소위 말하는 '밥그릇'을 다른 곳에 뺏겨서는 안 된다는 것.
좌장을 맡은 허봉렬 교수(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장)는 "위기라는 것은 변화를 의미하고 결국 변화라는 기회를 활용해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중요한 일을 누가 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학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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