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트로닉, 심평원 데이터 분석…평균 250일 초과 청구데이터 분석 '근거 중심' 정책 제안 필요성 제기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은 후 의료행위평가 신청부터 고시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까.
누구나 오래 걸린다고 짐작했지만 아무도 대략적인 소요기간을 알 수 없었다.
엄밀히 말해 이를 분석하기 위한 시도 자체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드트로닉코리아가 수행한 ‘신의료기술의 환자접근성 연구’는 이 궁금증에서 비롯됐다.
이 연구는 국내 최초로 행위평가 신청부터 고시까지의 소요시간을 분석해 신의료기술의 환자접근성은 물론 치료재료의 시장진입 시점을 가늠한 지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해당 논문은 SCI급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Technology Assessment in Health Care’(IF=1.333)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수행자는 메드트로닉코리아 대외협력부 산하 보험팀 이상수 상무·명재은 사원과 메드트로닉 오스트레일리아 Liesl Strachan 상무가 참여했다.
명재은 사원은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은 의료행위는 급여 또는 비급여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행위평가 신청과 고시가 이뤄져야한다”며 “의료기기업계에서는 이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논의가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종 논문을 찾아봐도 정확한 소요시간을 알 수 없어 직접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고 배경을 소개했다.
연구는 심평원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회의 결과와 2014년~2017년까지의 행위평가 신청내역을 분석해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 144건의 행위평가 자료를 수집했고, 이 가운데 직권조정 또는 결측값(missing data)에 따른 65건을 제외한 총 79건의 자료를 분석했다.
지레짐작은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가 도출됐다.
2014년부터 3년간 분석된 79건의 90%는 의료행위평가 신청부터 고시까지 평균 250일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79건 중 20%는 2년 이상(›750일) 걸렸다.
특히 2014년에 신청한 행위평가가 심평원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회의까지 올라가는데 소요기간은 평균 624.9±290.3일(n=16), 뒤이어 2015년은 평균 435.0±214.7일(n=26)로 조사됐다.
이는 신의료기술로 판정 받은 급여 또는 비급여 행위 신설을 위한 심평원 건강보험급여 결정신청 법정 평가기간인 ‘100일’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명 사원은 “분석결과 시간이 갈수록 의료행위평가 신청부터 고시까지의 기간이 줄어들었지만 법정 평가기간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사례를 보면 고위험 의료기술 심사부터 승인까지의 기간은 평균적으로 미국 15.3개월, 프랑스 26.3개월, 이탈리아 30.8개월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라마다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이들 국가들은 인허가까지 포함한 기간인 만큼 한국이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합리적인 추정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상수 상무 역시 “심평원이 선진입-후평가와 같은 신속 등재 경향에 발맞춰 시간 단축을 위한 노력을 하면서 신의료기술의 환자 적용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법적 평가기간을 크게 상회한다”고 했다.
그는 “평가기간 단축을 위해서는 식약처 허가·신의료기술평가 동시 진행에 심평원 행위결정신청 평가까지 더한 확장형 ‘원스톱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관련해 명재은 사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시행된 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도 부합한다”며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보험급여등재 심사를 신의료기술평가 기간 내 진행함으로써 심사기간이 최대 100일 가량 단축된다”고 부연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의 이번 연구는 의료행위평가 신청부터 고시까지의 소요기간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의료기술의 환자접근성을 가늠한 첫 번째 사례로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다국적기업 보험팀 역할 변화와 함께 근거 중심 정책 제안을 통한 정부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실행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메드트로닉코리아 대외협력부 산하 보험팀 직원은 7명. 회사는 3년 전부터 보험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전문 인력을 채용해 심평원 SAS(Statistical Analysis System) 활용은 물론 청구데이터 등을 수집·분석하고 의료진과의 연구 논문 협업이 수월하도록 의료체계 등 교육과 실무 트레이닝을 실시한 것.
실제로 메드트로닉코리아 보험팀 직원 대부분은 SAS 활용에 어려움이 없을뿐더러 직원 2명은 일주일에 2일 정도 각각 심평원·건보공단 데이터센터에서 상주하다시피하고 있다.
이상수 상무는 “기존 보험팀 역할이 심평원 보험등재 관련 서류작업을 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청구데이터 등 자료를 수집해 분석하는 차별화된 전문성과 역량이 요구된다”며 “이미 미국 유럽 다국적기업 보험팀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평원 청구자료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질병의 유병률·합병증·부작용 여부를 추정할 수 있다”며 “이를 토대로 의료진과 공동연구를 수행해 치료법 트렌드 변화를 파악하고, 나아가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재료 개발을 통해 의료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의료기기업계도 신의료기술평가·보험등재 등 소요시간 단축 필요성을 주장하려면 청구데이터와 같은 빅데이터 분석으로 도출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한다”며 “근거를 가지고 정책 제안을 할 때 정부나 학회의 수용도가 높아지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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