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오남용 문제를 놓고 제약사의 책임을 인정한 미국 법원의 첫 판결 사례가 나오면서 제약산업계가 어느 때보다 시끄럽다.
펜타닐과 모르핀 등으로 대표되는 오피오이드계 진통제의 무분별한 사용과 중독 문제는, 과잉복용에 따른 사망 사고가 급증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돼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6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 주지방법원의 첫 판결은, 해당 문제에 새로운 해석을 더했다. 오피오이드 남용 위기 속에서 제약사의 역할도 문제로 지적했기 때문.
주목할 점은, 존슨앤존슨이 받아든 7000억원에 가까운 배상금의 규모보다 마약성 진통제를 판매해온 제약사에도 어느정도 중독 피해의 잘못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대목이다. 얘기인 즉슨, 제약사가 과도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오피오이드 중독의 위험성을 실제보다 심각하지 않게 인식하도록 방조했다는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오피오이드 오남용 문제가 위기로까지 번진데, 국내외의 실제 상황은 어떨까. 국내엔 아직 정확한 통계치가 없지만, 수술 환자나 암환자에서 널리 사용되는 이들 진통제의 과다복용으로 사망 사례가 매년 속출하고 있다.
매년 보고서를 내고 있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발표를 보면, 2017년까지 20년간 오피오이드계 진통제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700만명을 넘긴 것으로 집계했다.
실제 2017년 '마약성 진통제의 과다복용에 따른 사망자 수'를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위험성은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아편 계열 마취 진통제인 펜타닐 등은 2013년에서 2014년까지, 일년만에 남용 사례가 두 배이상 증가한 것. 더불어 2010년~2014년 진통제 과다복용에 따른 사망자 수는 23%가 늘어나며 문제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 메타돈, 모르핀, 하이드로코돈, 펜타닐 등은 유독 사망 사례가 많은 진통제로 과다복용에 따른 사망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의 "2010년엔 해당 진통제를 남용한 67%가 사망했지만 2014년엔 78%으로 더 늘었다"면서 "남용건수의 3분의 2 이상이 오피오이드 혹은 아편 계열 진통제로, 특정 약물군보다도 다약제를 투여하는 절반 가량의 환자에서 사망이 속출했다"는 지적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이번 사례를 통해 향후 제약사들의 무분별한 마약성 진통제 생산 및 유통, 마케팅 전 영역에 있어서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오피오이드 관련 2000여 건의 소송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존슨앤존슨의 대응방안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기업들의 대표적인 위기관리 성공 사례로 평가되는 '타이레놀 독극물 투입 사건'을 치룬 전례가 있다. 1982년 당시 존슨앤존슨이 제조 및 생산하는 타이레놀에 독극물인 청산가리가 몰래 함입되며 이를 복용한 환자 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사회적 이슈로 번지며 기업 위기 상황까지 맞아야 했지만, 제약기업으로서 솔직한 대처와 책임있는 대응으로 분위기는 반전됐다.
국내에는 여전히 마약류 의약품의 오남용에 인식이 낮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인 '최순실 게이트' 당시 청와대가 제출한 마약류 재산대장에 들어간 향정신성의약품 외 코데인, 아이알코돈, 모르핀 등 15종의 마약류 의약품이 포함된 것만 잠깐 이슈가 됐을 뿐이다.
단순히 다국적제약사의 배상 판결을 너머, 이번 사건을 통해 국내에서도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계 진통제의 사용 실태를 재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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