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지 부각시 해당 병원 심각한 타격…소극적 대응 불가피 최소한의 보고로 처분만 무마…"열면 안되는 판도라 상자"
최근 홍역과 A형 간염, 백일해 등 국가 감염병의 전국적 유행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지만 국가 감염 관리 모니터링 체계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염병이나 다제내성균 등이 보고되면 진원지인 병원이 큰 타격을 입는다는 점에서 모니터링에 소극적 태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 이로 인해 국가 감염 관리 체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의 A상급종합병원 병원장은 16일 기자와 만나 "최근 감염 관리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다제내성균 보유 환자를 찾아냈다"며 "하지만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이러한 활동에 후회만 막급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질병관리본부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환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병원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솔직히 감염 관리 모니터링을 강화하지 않았다면 넘어갈 일이었을 수도 있는데 비용을 들여 병원 이미지를 실추시킨 꼴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하소연은 비단 A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감염 관리가 판도라의 상자처럼 여겨지며 최대한 미뤄둬야 하는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비용과 인력을 들여 감염 관리를 강화할 수록 자칫 병원의 피해로 귀결될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홍역 환자를 보고하면서 매출이 70%까지 떨어진 고대안산병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고대 안산병원은 안산 지역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처하며 홍역에 온몸으로 맞섰지만 급격한 환자 감소로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감염관리실장은 "정부에서는 적극적으로 감염 관리 활동을 강화하라고 독려하지만 이에 대한 부담은 온전히 병원이 지고 있다"며 "감염병이나 다제내성균 확인을 위해 단 한번 모니터링을 할때마다 5천만원의 비용이 드는데도 정부 지원금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특히나 만약 이같은 모니터링에서 뭐라도 발견이 되면 병원이 감염관리에 앞장선 곳이 아니라 마치 병원 전체에 무서운 균이 퍼져 있다는 이미지를 뒤짚어 써야 한다"며 "삼성서울병원이 아니라면 발견도 하지 못했을 메르스 때문에 그 병원이 어떻게 됐는지를 잊었느냐"고 반문했다.
감염 관리를 강화하면 할 수록 다른 병원보다 안전한 병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보다는 지뢰를 밟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병원계의 공통된 의견인 셈이다.
감염병 환자나 다제내성 환자를 발견하는 것만으로 병원 전체에 대한 코호트 비용과 이를 격리하기 위해 비워야 하는 1인실 비용, 방역 비용까지 사실상 병원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감렴 관리 모니터링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대한소아감염학회 김윤경 이사는 "국가 감염병과 다제내성균 문제가 계속해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정부는 보고 체계만을 강조하는 해법만 내놓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어느 병원도 모니터링보다는 어쩔 수 없이 환자가 나올 경우 최소한의 면피를 위해 소극적으로 보고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제라도 병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감염 관리에 나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컨센서스(합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병원에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시스템으로는 제2 메르스, 홍역, A형 간염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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