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500병상 규모의 A수련병원 혈액종양내과 A교수는 최근 퇴사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수련병원 교수로서 우수한 전공의를 양성하기는 커녕 업무 로딩으로 학술연구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지방 B수련병원 알레르기내과 B교수는 대외적으로 병동, 응급실 당직 근무를 할 경우 사직서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순히 근무 강도가 높아지는 따른 반감이라기 보다는 이제와서 병동이나 응급실 환자 케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내과 전공의 3년제 전환 여파가 극심하다. 특히 병원 규모가 작고, 지방에 위치한 병원일수록 심각하다.
4일 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내과 수련병원 시니어 교수 전원 당직제가 현실화되면서 "더 이상은 못버티겠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위 사례의 A교수에 따르면 2개월전 과에 임신 전공의 2명으로 늘어나면서 공백을 채우고자 월 1회 응급실, 병동 당직 근무를 시작했다. 여기에 3, 4년차가 본격적으로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 월 2~3회 당직 일수를 늘려야한다.
그는 "지도전문의가 일에 치이는데 전공의 수련을 챙길 틈이 있겠느냐"며 "내과 전공의 3,4년차 감소로 절반이 감소한 상황에서 임신전공의 단축 근무, 전공의 주80시간까지 엎친데 덮치면서 앞이 안보인다"고 토로했다.
경상권 C수련병원 소화기내과 C교수도 B교수와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C교수는 "수십년간 소화기내과 환자만 진료하다가 병동, 응급실 당직 근무를 하며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스스로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환자 안전을 위해 전공의 주80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고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시행한다면서 최근의 변화가 과연 환자안전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일선 수련병원 내과 교수들은 "정책의 실패"라며 "이를 왜 의료현장의 의료진이 모든 책임을 감수해야하는 것이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내과 전공의 3년제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시행하기 이전에 해당 인력을 확보하는 등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쳐 추진했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A교수는 "당직 근무가 문제가 아니다.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지금의 상황이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병원장은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에 무관심하고 현재 전문의 인력으로 현재 상황만 넘기려는 땜질식 대안만 제시하고 있다"며 "다른 병원으로 이직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지방 국립대병원 한 내과 교수는 "정부 정책의 실패"라고 단언했다.
그는 "전공의 주80시간제, 입원전담전문의제 등 제도를 준비도 없이 시작해 혼란이 심각하다"며 "무작성 제도를 시작하고 이제와서 인력이 없다고 하면 어쩌란 말이냐"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지방 수련병원의 문제는 심각하다"며 "내과 펠로우에게 교수로 들어오라고 해도 고생길이 불보듯 뻔하니까 전공의, 입원전담전문의 인력이 갖춰진 병원을 찾아 떠나는 실정"이라고 씁쓸함을 전했다.
반면, 대형 대학병원 내과 교수들은 큰 변화를 체감하기 못하는 상황. 즉, 전공의 공백을 채울 펠로우와 입원전담전문의 인력이 갖춰진 수련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원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소위 빅5병원 D수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당직 근무 얘기는 논의한 바도 없을 뿐더러 3,4년차 공백에 따른 영향도 느끼지 못했다"며 "내과 3년제 시행에 따른 의료환경의 변화를 준비하지 못한 병원들의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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